이변은 없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63.02%(8일 0시10분 기준)를 득표해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34.14%였다.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과 일자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여권 인사들의 잇단 부정부패·성 추문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표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박형준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김 후보를 두 자릿수 지지율 차이로 따돌리며 여유있게 선두를 지켰다.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에 빼앗긴 부산시장 자리를 3년 만에 탈환하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오 전 시장 성추행 사건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진 탓에 작년 4·15 총선 때부터 돌아선 부산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양당 대진표가 확정된 뒤엔 박 당선인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연일 파고들었다. 선거전 막판에는 박 당선인의 재혼 사실을 언급하며 “조강지처를 버렸다”고 비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당의 네거티브전은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박 당선인과 김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들수록 더 벌어졌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3월 30~31일 국제신문·리서치뷰가 시행한 지지율 조사에서 박 당선인은 김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차이(57.6% 대 32.4%)로 압도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인성교양학부 교수는 “2017년 대선에서 부산이 부산을 연고지로 둔 문재인 대통령을 뽑고 그 이듬해엔 오 전 시장에게 ‘지역 정권 교체’를 할 수 있게 해줬는데도 부산 경제는 좋아진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민심”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한 변화를 박 당선인에게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BBK 주가 조작 사건 등 각종 의혹에도 ‘경제 살리기’ 프레임을 내건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던 2007년 대선 양상과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비슷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두 자릿수대 격차로 뒤지던 민주당은 특별법 통과 직후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김 후보뿐 아니라 박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해 ‘가덕도 효과’가 반감됐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달 터진 LH 직원 땅 투기 사건은 여권의 ‘극적 역전’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정부 인사는 서민과는 동떨어진 사람들’이란 생각을 확신으로 바꾼 사건”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부산 시민들이 느낀 배신감은 그 누구보다 컸을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엘시티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재선은커녕 1년여 시정의 동력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인 박 당선인이 야권의 차기 대권 레이스에 일정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박 당선인은 당분간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연임 도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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