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CEO는 7일(현지시간) 주주들에게 띄운 연례 서한에서 “초과 저축과 추가 재난지원금, 정부의 엄청난 적자 지출, 새 양적완화, 새 인프라 법안 가능성, 성공적인 백신, 대유행 종식을 앞둔 기쁨으로 경제가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 소비자들이 재난지원금을 이용해 부채를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이는 한편 저축액을 늘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봉쇄 조치 종료 이후 보기 드물 정도의 소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 빠른 백신 배포와 막대한 저축,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법안 추진 등이 골디락스 경제로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골디락스는 빠르고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이 더디게 진행되는 최적의 경제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이번 서한은 다이먼 CEO가 1년 전 썼던 내용과 180도 다르다. 그는 당시 “미국이 악성 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국내총생산(GDP) 증가률이 최대 마이너스 3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작년 경제 성장률은 -3.5%를 기록했으나, 작년 2분기엔 연율 기준 -31.4%까지 추락했었다.
다이먼 CEO는 바이든 정부의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과 관련 “현명하게 지출된다면 모두에게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위협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리를 조기 인상해야 할 정도로 물가가 뛰거나 변이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제 호황이 현재의 주가 수준을 합리화할 수 있다”면서도 “일부엔 다소 거품과 투기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다이먼 CEO는 “팬데믹이 심각한 소득 및 인종 불평등을 야기하고, 정부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시켰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동 지원과 사회안전망 구축, 더 높은 소득으로 이끌어주는 직업교육 등을 통해 노동 참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를 위한 부유층 증세에는 찬성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은 합리적이고 완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먼 CEO는 “팬데믹 종료 후 JP모간은 아주 작은 그룹에서만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을 채택할 것”이라며 “대다수 지점에선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재택근무가 동료와의 교류·협력이나 소비자 접점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그는 “근무 정상화를 위해 뉴욕에만 1만2000~1만40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새로운 본사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JP모간의 최대 경쟁자로는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을 이례적으로 꼽았다. 다이먼 CEO는 “핀테크(금융기술) 기술이 금융 상품 및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있어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전통 은행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프 로빈후드 페이팔 등 성공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기존 은행권 영역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간은 미국 최대 은행이다. 다이먼은 2005년부터 JP모간을 이끌어온 최장수 CEO 중 한 명이다. 올해 서한은 65페이지에 달하며, 지금까지의 연례 서한 중 가장 긴 것으로 기록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