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사모펀드(PEF)인 CVC캐피털파트너스가 일본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도시바에 인수를 제안했다. 매수 총액은 경영 프리미엄 30%를 포함해 2조3000억엔(약 23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적으로 일본 기업과 정부가 외국 기업에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꺼려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거래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난이 심화했고 새로운 '행동주의 주주 물결'이 일고 있다. 동시에 "상장사들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CVC와 도시바의 거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했다.
아시아·태평양은 거래를 모색하기 위해 매력적인 곳이다. 도시화와 중산층의 확대, 물류 및 사회기반시설 투자 호황, 기술 분야 리더십 등 이 지역의 장기적인 추세가 투자자의 관심을 키웠다. 만약 이 거래가 최종 승인된다면 도시바의 매각은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말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호주 크라운리조트에 제안한 인수 금액이 60억달러(약 6조7200억원)였다.
사모 시장 자체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규모 인수와 함께 자본 조달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는 150억달러 규모의 대형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블랙록은 지난주 3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자본시장 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대체 투자자의 80%는 2025년까지 사모펀드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대안 전략으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CVC는 도시바가 보유중인 이질적인 사업들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원자력 발전소부터 로봇, 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적극적인 오너십은 사모펀드의 주요 차별화 요소다. 소유 지분을 대폭 줄이거나 통제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장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또는 운영상의 변화를 통해 직접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사모 시장 할당은 매력적이라는 판단이다. 사모펀드 투자는 수익의 다양성을 키우고 규모 자체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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