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커머스의 주요 수익원은 2010년 카카오톡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부터 줄곧 선물 전달 쿠폰 ‘기프티콘’에 머물러 왔다. 모바일로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커피, 디저트 등으로 상품군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게 단점. 같은 시기 네이버와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커머스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해 왔다. 2020년 기준 국내 커머스 플랫폼 점유율은 네이버 18.6%, 쿠팡 13.7%인 반면 카카오는 2.9%에 그쳤다.
뒤처진 카카오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을 출시했다. 2019년 8월 ‘카카오톡 선물하기’ 홈 화면에 명품 화장품, 지갑, 핸드백 등 브랜드 제품을 쇼핑하고 직접 배송받을 수 있는 ‘명품선물’ 테마관을 열었다.
네이버, 쿠팡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남아 있는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복안이다. 최근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한 것도 ‘거액의 인수대금을 쏟아붓는 리스크’ 대신 ‘실용적인 차별화 전략’에 따른 선택이라는 후문이다.
크로키닷컴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이런 카카오의 전략과 들어맞는다는 분석이다. 지그재그는 작은 의류업체들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는 여성의류 1위 플랫폼이다. 여성 의류를 전문으로 다루며 인공지능(AI)에 의한 개인 맞춤형 추천 기능으로 10~20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기준 월간 이용자(MAU) 300만 명,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000만 건에 달한다.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카카오는 대표 서비스 ‘카카오톡’, 패션 플랫폼 ‘카카오 스타일’,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카카오쇼핑라이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할 순 없겠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와 협력하는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키닷컴이 카카오커머스가 아니라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은 독립적인 사업을 원하는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로키닷컴은 카카오 자회사로 카카오커머스와 동등한 위치에서 사업을 전개할 전망이다. 서 대표의 지위도 보장될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기업상장(IPO)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크로키닷컴이 독립체로 카카오커머스의 사업에 종속되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기/차준호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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