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2조2500억달러(약 250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인프라 투자 재원으로 제안한) 법인세 인상률에 대해 협상할 여지가 있다. 28%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현행 21%인 연방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세제안의 세부내용을 보면 법인세율을 28%로 올리고 미국 기업의 해외 무형자산 발생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을 21%로 인상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다만 기업에 부과하는 최저세율(MBT·Minimum Book Tax) 적용 대상은 완화했다.
재무제표상 20억달러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기업에 15%의 최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당초 ‘1억달러 이상’ 기준에서 대폭 상향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과세 대상 기업이 1100곳에서 180개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바이든 정부가 최저세율 방안을 완화한 것은 법인세율 인상 등에 대해서도 타협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은 공화당뿐 아니라 친정인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반발 움직임이 거세기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당초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던 인프라 투자 계획에는 동의 가능성을 밝히면서도 법인세 증세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제 개혁을 단행한) 2017년 이전으로 회귀하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의 중도파 조 맨친 상원의원 등도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와 미국 재계 주요 인사들을 설문한 결과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는 대안이 최선이라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20개국(G20)이 올해 중반까지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 설정과 디지털세 도입 등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미 재무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세 제도를 논의하고 있는 135개국에 서한을 보내 “다국적 기업이 매출을 올린 해당 국가에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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