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수업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왼쪽에는 ‘원’이 있습니다. 이 원을 보면 어떤 성격이 떠오르나요? 원은 동그란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곳에도 각이 없고, 또 이 원은 타원처럼 기울어진 모양을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중심이 한 곳에 있군요. 이와 같은 속성은 누구나 즉각적으로 떠올려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림 2]
이제는 왼쪽 그림을 살펴봅시다. 양쪽을 견주면, 1의 원에 대해서 다른 특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1의 원은 2에 비해 뚫린 부분이 없고, 상대적으로 더 얇은 두께의 선을 갖고 있습니다. 즉 1과 2의 원을 대조하면, 1의 원은 ‘폐쇄적이고, 가는 선으로 구성된 원’이 되겠습니다.
[개념1] 의미는 상대적으로 생산된다.
그렇다면 이제 위의 [개념 1]에서 첫 번째 원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다른 원들과 대조했을 때, 3의 원과 대조하면 1의 원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1은 폐쇄적이고, 가는 선으로 구성된 ‘독립적, 일원적인’ 원이 되겠군요. 이것이 비교입니다. 비교는 상대적으로 견주면서 각각의 특성을 더 자세히 알아나가는 과정이며, 일상에서도 필수적인 사고 중 하나입니다. 비교할 줄 모르면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그림에서 1, 2, 3을 비교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부분에서 겹치는 공통분모와 이질적인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과 2는 일원적이라는 면에서 닮아 있지만, 폐쇄성에서 큰 차이를 갖네요. 또한 3은 2처럼 뚫린 원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뚫린 부분이 겹쳐서 전체적으로는 막혀 있다는 점에서는 1의 폐쇄적인 모양과 더 닮아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선의 굵기에 있어서는 1, 3의 원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네요.
[개념2] 공통 범주(주제)로 결속하지 않으면 비교할 수 없다.
위에서는 원이라는 추상적 소재를 대상으로 사고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한 번 더 구체적인 소재를 갖고 사고 훈련을 해 봅시다. 위의 펜, 책, 옷에 대해 비교하라고 하면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잠시 생각해 보세요.
이들을 비교하라는 질문을 만나면 생각이 떠오를 듯 하다가도 막연해집니다. 왜냐하면 공통된 범주나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첫 번째 사고 훈련에서는 모두 ‘원’이라는 공통 소재였기 때문에 차이점이나 공통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서로 ‘다르다’라는 것만 눈에 들어옵니다. 전부 달라 보이므로 어떤 부분을 다르다고 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교할 땐 대상들의 공통된 영역적 범주를 잡아야 합니다. 위의 펜과 책, 옷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편의를 가져다주는 도구들이네요. 그런데 1, 2는 학습과 관련된 편의를 가져다주는 도구라면, 3은 일상적 생활에서 편의를 가져다주는 도구로 분류됩니다. 정리해 볼까요?
공통 주제 : 편의를 가져다주는 도구들
비교1 : 학습의 편의(1, 2) vs 생활의 편의(3)
비교2 : 내 생각을 표출하는 도구(1) vs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보는 도구(2)
이처럼 공통 주제를 정리한 이후에는 더 선명하게 비교할 쟁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여기까지 기본훈련을 하고, 매번 그랬듯 다음 시간을 위한 과제를 제공해 볼게요.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 봅시다.
(나) 한 마을에 아주 좋은 목초지가 있었다. 그 마을에는 일정 가구가 있었고 목초지에서 양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했다. 각 집에서도 비슷한 수의 양을 키웠으며 그 목초지는 전체 가구가 양을 키우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어느 날 한 집에서 남들 모르게 양을 한 마리 더 키웠다. 그 집은 한 마리의 양을 더 키움으로써 더 많은 소득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좋은 목초지가 완전히 황폐화돼 마을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목초지가 황폐화된 이유를 조사했고 그 결과 집집마다 남들 모르게 양을 한두 마리 더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결과 양들이 풀뿌리까지 먹어버렸고 목초지는 황폐화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던 것이다.
(다) 예조판서 김상헌이 손바닥으로 마루를 내리쳤다. 김상헌의 목소리는 떨려나왔다.
“화친이라 함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논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적들이 대병을 몰아 이처럼 깊이 들어왔으니 화친은 가당치 않소. 화친은 곧 투항일 것이오. 화친으로 적을 대하는 형식을 삼더라도 지킴으로써 내실을 돋우고 싸움으로써 맞서야만 화친의 길도 열릴 것이며, 싸우고 지키지 않으면 화친할 길은 마침내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화(和), 전(戰), 수(守)는 다르지 않소. 적의 문서를 군병들 앞에서 불살라 보여서 싸우고 지키려는 뜻을 밝혀야 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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