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살인' 저지르고…"어머니 볼 면목 없다" 울먹인 김태현

입력 2021-04-09 10:29   수정 2021-04-09 10:58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사진)의 얼굴이 처음 공개됐다.

검은색 옷을 입고 손목에 수갑을 찬 김태현은 9일 오전 9시께 검찰에 송치되기 전 서울 도봉경찰서 1층 로비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마스크를 쓰고 모습을 드러냈다.

김태현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으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토라인에 선 김태현은 현재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일이 다 답변을 못 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하고는 "죄송하다"고 했다.

김태현은 취재진이 "유가족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묻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분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분들 모두에게 사죄 드린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김태현은 이후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수갑 찬 손을 들고 마스크를 벗었다. 김태현은 범행 이후 수염을 한번도 깎지 않은 듯 코밑과 턱에 수염이 자라 있었다.

'화면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한 말씀 해달라'는 질문에는 "볼 면목이 없다, 솔직히"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취재진이 "자해는 왜 했냐" "3일 동안 뭐했냐" "왜 죽였냐" "스토킹 혐의 인정하냐" "변호인 조력 왜 안 구했냐" "하고 싶은 말 더 있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후 김태현은 침묵하다가 "죄송하다"고만 말하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김태현은 지난달 25일 오후 9시8분께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당일 근처 슈퍼에 들러 흉기를 훔친 뒤 세 모녀 주거지에 침입했다. 이 가운데 큰 딸 A씨를 스토킹하고 범행 직후엔 A씨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있다.

김태현에게는 살인 혐의 외에 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침해)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5일 오후 3시께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태현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잔인한 범죄로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신상공개 관련 국민청원이 접수되는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임을 고려했다"며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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