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20년 뒤에도 망할 일 없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여겨진다. 그 근간은 반도체 산업 주도권에 대한 믿음이다. 하지만 4차산업으로의 변화 과정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패권 경쟁도 격화중이다. 일본과 미국이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대규모로 늘리면서 한국의 반도체 주도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산업에 중·장기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로서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TSMC, 엔비디아, 인텔, ASML, 브로드컴, 퀄컴, 마이크론,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돼있다. TSMC는 대만 업체지만 ADR(미국주식 예탁증서) 형태로 뉴욕증시에 상장돼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다. SK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연구개발 비용 중 정부 투자의 비중은 중국이 68%, 한국이 17%인데 반해 미국은 4%에 불과하다. 정부 투자를 늘릴 여지가 크단 얘기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설비 투자비용 세액공제를 40%로 확대하기로 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3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제조기반을 미국과 유럽에서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인텔은 지난달 200억달러(약 22조3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반도체 주도권이 과거 미국에서 일본으로 왔다가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온 상항이었는데 이를 다시 가져가겠다는 게 미국의 큰 그림"이라며 "미국 반도체 업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는 흐름이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4일 첨단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기구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또 다른 ETF로는 'VanEck Vectors Semiconductor ETF(SMH)'가 있다. SOXX와 유사하지만 운용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TSMC 비중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TSMC 주가가 올 들어 횡보하면서 올해 상승률은 SOXX 대비 2~3%포인트 가량 떨어진 상태다.
'SPDR S&P Semiconductor ETF(XSD)'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 중에서도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ETF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더 클 수 있다. 홀로 담기보다 SOXX나 SMH와 함께 포트폴리오에 넣는 게 좋다.
일본 반도체 산업을 추종하는 ETF는 따로 없다. 개별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반도체 장비·소재주를 선별하는 게 유리하다.
도쿄일렉트론은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생산한다. 한국의 원익IPS를 떠올리면 된다.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 기업으로는 어드밴테스트가 대표적이다.
신에츠화학은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2위 기업도 일본의 숨코(SUMCO)다. 레이저테크는 EUV용 블랭크 마스크 결함 검사장비 점유율 100% 기업이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 TSMC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운 만큼 소재와 장비 기술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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