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한 뒤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미가 물린 자금이 3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주식 시장에 새로 발을 들였지만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시기에도 포트폴리오 변화없이 성장주 위주로 매수한 개미의 2, 3월 성적표는 '마이너스'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발빠르게 포트폴리오를 바꾼 외국인은 박스권 장세에도 일정한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만 바라보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실적을 주의깊게 들여다봐고 투자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코스피가 급격한 상승세를 탔던 1월까지 개인의 수익은 외국인을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7%였다. 코스피 사상 최고점을 찍은 지난 1월에는 13.4%에 달했다. 1월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11%에 그쳤다. 이때 개미는 코스피 지수를 밀어올렸던 삼성전자(1위), 현대차(3위), SK하이닉스(4위), SK이노베이션(7위) 등을 집중매수했다.
반면 미 국채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주춤한 사이에도 개인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올 1~3월 개인 순매수 압도적 1위는 삼성전자였다. 2월에는 3조900억원어치를, 3월에도 2조456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위주의 포트폴리오도 그대로였다. 3월엔 SK하이닉스(2위·-6.36%), LG화학(3위·-3.13%), 네이버(4위·0.53%), SK이노베이션(-15.93%)을 주로 매수했다.
그 결과 3월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3.55%를 기록했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인한 국내 주식 시장의 변화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팬데믹 이후 개인 매수세가 급격히 몰린 시기는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면서부터지만 곧바로 지수 움직임이 둔화되면서 개인이 투자한 30조원 가까운 자금이 물려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3000에서 3300까지 가야 돈 번다'는 식으로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식의 투자는 지양해야할 때"라며 "거래가 빈번하고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기업의 실적을 꼼꼼히 공부해야 '뒷북 투자'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