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패에는 ‘이대남(20대 남자)’의 여당에 대한 압도적 비토(반대)가 강하게 작용했다.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20대 남성지지율 하락 요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했던 2019년 정부 보고서가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지난 2019년 2월18일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현안보고서를 작성했다.
정책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대한 자문기관이다. 당시 해당 보고서는 정책기획위 국민주권분과에서 민주주의·정치개혁·개헌 등을 담당하는 2소분과에서 작성됐다
보고서는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요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지지도가 여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상에 주목했다.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 남성 국정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2018년 12월에는 41%로 떨어졌다. 반면 20대 여성의 지지율은 63%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2018년 6월 여성들이 주도한 불법촬영·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집회)를 기점으로 20대 성별간의 정치의식 격차가 벌어진 점을 20대 남성의 지지도가 하락한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한 반면, 20대 남성은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둘러싼 민주화세대 등 소위 기성세대와 20대 남성 간 차이점도 짚어냈다. 보고서는 “기성세대가 공정, 인권, 연대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했다면, 20대 남성에서 공정성은 ‘능력주의’에 기반한 ‘절차적 공정성’으로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기성세대와 여성의 공정성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는 ‘구조적 공정성’의 의미라면, 20~30대 남성의 공정성은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20대 내부의 ‘젠더 갈등’ 상황도 고찰했다. “20대 남성은 대북인식, 병역, 여성정책 등 여러 측면에서 20대 여성과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크다”며 “자신들이 느끼는 역차별 및 박탈감 요인이 성별 할당제,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책에 기인한다고 믿는다”고 평가했다.
여권 내 일부 정치인의 젠더편향적 정책행보나, 20대 남성의 불만과 요구를 고려한 통합적 정책 메시지 부재·소통의지 결어 등 요인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 인사들에게는 여성문제 및 성평등 관련 발언에서 ‘신중하고 균형있는 메시지 전략’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고위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이 성평등 및 남녀불평등 관련 지수나 통계를 편향적으로 선택, 활용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균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할당제 등으로 역차별을 당하는 남성들의 입장을 헤아려 신중하고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도록 지침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기획위의 보고서는 당시 “20대 여성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했다”는 등 논란을 일으켰지만, 한편으로는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비교적 정확히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20대 남성의 하락한 지지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4·7 재·보궐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이하 남성 중 박영선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22.2%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한 60세 이상 남성(28.3%)과 여성(26.4%)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반면 20대 이하 남성들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72.5%를 몰아줬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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