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 돌릴 수 있는 부위다. 사용 빈도는 평균적으로 하루 3000번이 넘을 정도로 잦다. 운동 범위가 넓은 관절을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성인의 20%가량이 평생 한번 이상 어깨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깨 문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허리나 무릎에 비해 훨씬 적다. 허리나 무릎이 아프면 출퇴근이 힘들어 ‘밥벌이’가 안 되지만, 어깨 질환은 통증과 불편함만 감수하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스와 찜질로 버티는 어깨 질환자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버티기’가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찍 병원을 찾으면 웬만한 어깨 질환은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로 다스릴 수 있지만, 너무 늦게 병원 문을 두드리면 수술 외에 대안이 없어서다. 어깨질환은 통상 50세 언저리에 찾아오지만, 최근 들어 젊은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나이와 무관하게 이상증세가 느껴지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표적인 어깨 질환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오십견((五十肩)은 말 그대로 50세 즈음에 찾아오는 어깨질환이다. 어깨가 얼음처럼 굳는다는 의미로 ‘동결견(凍結肩)’이라고도 불린다. 진단명은 유착성 관절낭염. 염증으로 인해 어깨를 감싸는 관절낭이 오그라들어 주변에 들러붙는 질환이다. 증상은 크게 두 가지다. 어깨가 굳어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운동범위 제한과 통증이다. 밤에 더 아픈 것도 특징이다.
회전근개 파열도 오십견과 마찬가지로 통증과 운동범위 제한을 부른다.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오랫동안 어깨를 움직이다 보니 회전근개가 닳아 찢어지는 질환이다. 요즘에는 어깨를 높이 드는 운동(농구 배구 수영 테니스 야구)을 즐기는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증상은 오십견과 비슷하다. 팔을 들어올릴 때 심한 통증이 뒤따른다. 이때 팔을 더 들어올리면 회전근개 파열인지, 오십견인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회전근개 파열은 팔이 올라가지만 오십견은 통증으로 들어올리는 게 불가능할 때가 많다.
석회화 건염은 회전근개 등 어깨 힘줄(건) 조직에 석회가 쌓여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별다른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될 때도 있지만 상당수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알게 된다. “어깨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어깨뼈가 부러진 사람이 아니면 석회화 건염 환자”란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일부는 오십견이 동반돼 통증에 더해 팔을 움직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증상만으로 어떤 어깨 질환에 걸렸는지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확실하게 알려면 영상을 찍어봐야 한다. 엑스레이를 찍으면 석회화 건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천용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석회화 건염이 있으면 엑스레이 사진에 뼈 음영과 비슷한 밀도의 하얀 석회가 회전근개 부착부 주변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증상이 비슷한 오십견과 회전근개 파열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이다. 회전근개가 파열됐을 경우 찢어진 위치와 정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만큼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은 5㎜ 정도의 작은 구멍을 어깨에 낸 뒤 관절 내시경을 집어넣어 어깨 안쪽 상황을 보면서 진행한다. 회전근개 내부의 석회를 빼내면 끝난다. 수술 성공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오십견도 석회화 건염처럼 자연 치유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범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3~6개월가량 물리치료, 약물치료(진통소염제), 주사요법 등을 꾸준히 받으면 환자의 90% 정도는 개선 효과를 본다. 드물지만 통증이 지속되거나 운동 제한이 심한 경우 관절경 수술을 통해 염증을 제거한다.
가장 골치 아픈 건 회전근개 파열이다. 찢어진 회전근개는 저절로 아물지 않는다. 파열의 정도가 경미하면 오십견처럼 물리치료, 약물, 주사 치료로 상당한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지퍼가 한번 열리면 결국엔 다 열리듯이, 회전근개도 한번 파열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파열의 크기가 커지곤 한다. 4개의 회전근개 중 하나라도 완전 파열되면 봉합수술을 받아야 한다. 파열된 위치와 모양이 나쁘면 완전 파열이 아닌 부분 파열이어도 수술한다.
수술은 관절경을 통해 한다. 어깨에 5㎜ 정도 작은 구멍을 뚫은 뒤 초소형 카메라를 집어넣어 어깨 안쪽 상황을 확인한다. 모니터를 보면서 굵은 실이 달린 소형나사를 어깨뼈(상완골)에 박은 뒤 끊어진 회전근개를 실로 단단하게 묶는다. 견봉뼈 끝부분이 뾰족하게 자랐을 경우 극상근을 긁지 않도록 평평하게 깎는다. 김명서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관절경 수술은 기존 절개 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주위 조직을 손상하지 않아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
완전 파열된 회전근개를 오랜기간 방치하면 관절경 수술보다 훨씬 ‘공사’가 큰 인공관절 삽입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유는 이렇다. 회전근개가 완전 파열되면 해당 근육은 쓰임새를 완전히 잃게 된다. 연결고리가 끊어진 탓에 팔을 아무리 흔들어도 해당 근육은 움직이지 않는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소의 근육에 ‘마블링’이 생기듯 움직임이 없는 회전근개는 지방조직으로 변한다. 지방층은 실을 지지하지 못하고 찢어지기 때문에 봉합할 수 없게 된다.
무시무시한 어깨 통증을 피하려면 평소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근육과 힘줄을 튼튼하고 유연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준식 고려대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어깨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무거운 운동기구를 드는 걸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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