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지운 동국제강…'브라질 제철소' 흑자

입력 2021-04-09 17:34   수정 2021-04-16 18:44


동국제강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올린 데 이어 ‘애물단지’였던 브라질 일관제철소(CSP)까지 흑자로 돌아섰다. 건설경기 회복과 제품 가격 인상으로 올해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후판 명가(名家)’에서 2015년 사업 부진으로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동국제강이 환골탈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년 만에 최대 실적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561억원) 대비 31.7% 증가한 739억원으로 추산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294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1645억원) 대비 79.1% 늘었다. 2010년(4304억원) 이후 10년 만에 거둔 최대 실적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늘었다.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은 봉형강과 컬러강판 등 냉연강판이다. 올해 건설경기 회복으로 봉형강 수요가 늘고 있고, 가전제품과 건설자재에 쓰이는 컬러강판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선 올해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브라질 CSP가 올해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CSP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1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브라질 리스크 해소되나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에 있는 일관제철소인 CSP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역작으로 불린다. 장 회장이 2001년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CSP는 포스코와 동국제강,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가 공동 투자했다. 자본금 24억달러, 차입금 30억달러 등 총 54억달러를 투자해 2016년 준공했다. 지분율은 발레 50%, 동국제강 30%, 포스코 20%로 분산돼 있지만 모든 투자와 지급보증은 동국제강이 주도했다.


2016년 6월 고로 화입(火入) 당시만 하더라도 CSP는 동국제강의 미래를 견인할 사업으로 불렸다. 2015년 퇴진한 장 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장세욱 부회장도 CSP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CSP는 첫해 905억원의 당기손익을 낸 후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2251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했고, 영업도 크게 부진했다.

CSP의 손실은 동국제강 실적에도 반영된다. 동국제강은 지분 30%를 보유한 CSP를 회계상 공동기업으로 분류하고, 지분법을 적용하고 있다. 2016년 가동 이후 동국제강 재무제표에 반영된 지분법 누적 손실은 49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 2000억원 넘을 듯
동국제강은 CSP가 올해는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SP는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생산한다. 슬래브 수출가격(FOB)은 지난해 1월 t당 434달러에서 1년 만인 지난 1월 t당 768달러로 급등했다. CSP는 브라질 주정부로부터 필수 기반시설로 지정돼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해 영업흑자를 낸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차입금 상환 외에 추가 지출이 없고, 영업이익이 늘면서 현금흐름도 좋아져 재무구조가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CSP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을 보여줬다”며 “글로벌 철강업황이 개선됨에 따라 올해도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헤알화 가치가 다시 하락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미국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CSP 순손실의 80%가량이 외화부채 평가 손실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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