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대사공학을 활용해 포도당으로부터 카르민산을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사공학은 미생물이 대사물질을 생산하는 경로를 조작해 신소재를 확보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정 유전자를 과발현하거나 제거하고, 외부에서 유전자를 도입하는 등 미생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대사 경로를 비틀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한다.
연구팀은 색소를 구현하는 단백질인 ‘폴리케타이드 합성 효소’를 대사공학적으로 처리해 카르민산의 전구체(전 단계 물질)를 생산하는 효소 두 가지를 새로 만들었다. 이 효소를 컴퓨터 기반 ‘상동 모형’으로 분석했다. 상동 모형은 3차원 구조가 오리무중인 표적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표적 단백질과 비슷하고 3차원 구조가 알려진 상동 단백질을 나란히 놓고, 아미노산 서열을 비교해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한다.
상동 모형 분석 결과 두 효소 중 하나가 포도당과 함께 대장균과 결합하면 카르민산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교수는 “연지벌레를 사용하지 않는 카르민산 생산 프로세스를 처음 확보했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의학적·영양학적으로 중요한 천연물 효소를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험 과정에서 부산물로 확보한 C-글리코실 전이효소를 이용해 미백제인 알로에신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기후변화 대응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에 실렸다.
색 구현은 다양한 산업에서 주요 이슈로 다룬다. 기초산업 소재인 구리는 붉은 갈색을 띠지만 산화하면 청록색을 띤다. 자유의 여신상 등 구리 합금 동상이 청록색인 이유다. 금속 산화는 현재 과학기술로는 막기 힘든 난제 중 하나다. 특히 구리 산화는 방향성이 없어 제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은 성균관대 등과 함께 구리 표면 산화층을 제어해 360가지 이상 총천연색을 구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특수장비를 활용해 원자 단위로 구리를 적층하면서 0.2나노미터(㎚·1㎚=10억분의 1m) 두께로 평평한 단결정 구리 박막을 제조한 뒤, 산화층을 미세하게 제어하면 다채로운 색상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리와 산화층 사이 경계에서 반사되는 빛이 산화층 두께에 따라 파장이 바뀌는 원리다. 나아가 연구진은 레이저를 이용해 구리 박막 표면을 국소적으로 산화시키는 ‘산화 식각’ 기술을 선보였다.
연구팀 관계자는 “구리의 산화를 제어하는 것은 학문적·산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산화 식각은 기존과는 다른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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