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출고된 시제기는 앞으로 5년간 지상·비행 시험에 사용된다. 다만 첫 시험 비행은 나머지 5대의 시제기 제작이 모두 완료되는 내년 7월 이후 이뤄질 예정이다. 공군은 2028년까지 40대, 2032년까지 모두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도면상에만 존재하던 전투기가 일반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5년 KAI 주도로 개발이 본격화한 지 6년 만이다. KF-X 사업은 2028년까지 총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됐다. 2002년 당시 공군 주력기인 KF-16보다 약간 상위급 전투기 120여 대를 개발하는 것으로 확정한 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KF-21의 외형은 길이 16.9m, 높이 4.7m, 폭 11.2m다. 미국의 F-16보다는 조금 크고 F-18과 비슷하다. 최대 추력은 4만4000lb(파운드), 최대 이륙중량 2만5600㎏, 최대 탑재량은 7700㎏이다. 유럽제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독일 딜사의 공대공 미사일(AIM-2000)을 비롯해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유도탄도 장착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 항속거리는 2900㎞에 달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시 상태에서 스텔스 기능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며 “경쟁 기종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라팔도 개발 이후 끊임없이 성능 개량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갓 시제기를 출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기술 이전이 이뤄지지 않아 스텔스 기능이 없는 만큼 현존 미국산 전투기들과 1 대 1로 비교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총사업액의 20%를 부담하는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분담금 6044억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채 미국·프랑스에 전투기 구매 의사를 보여 사업에서 빠질 가능성까지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KF-21은 대북 억지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센터장은 “이른 시일 안에 이 정도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개발한 것은 국내 항공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라며 “북한의 전투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을 지녔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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