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해외 판매·가격 전략 다시 짜야하나" 초긴장

입력 2021-04-09 17:39   수정 2021-04-1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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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글로벌 법인세 과세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나서면서 한국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그중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법인세를 실제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걷자는 내용이 확정되면 기업들은 해외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9일 경제계에 따르면 다수 국내 기업들은 미국 재무부가 세계 약 140개 국가에 법인세 개편 제안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한 뒤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한 10대그룹 전략 담당 임원은 “매출에서 해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글로벌 법인세 체계 개편이 미치는 영향을 바로 받게 된다”며 “법인세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은 미국에서 13조~35조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28%에 달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375만 대의 차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했는데 이 중 67만 대(17.9%)를 미국에서 팔았다. 이 가운데 38만 대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세액공제 등을 따져봐야 하지만 세율만 놓고 보면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25%)보다 높다. 해외 생산과 판매, 가격 전략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등은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보내면서 이전가격을 조정하는 방법으로 국내 본사에 최대한의 이익을 남겨왔다. 하지만 과세체계가 개편되면 미국 세무당국의 감시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이전가격과 관련한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미국 판매법인의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적자를 내는 방법으로 세금을 피해왔지만 미국 정부가 이전가격을 들여다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법인은 한국에서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코리아 등은 서버가 싱가포르나 아일랜드 등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 구글플레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6조원 규모의 매출을 냈지만, 법인세는 한 푼도 안 냈다.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과세할 수 있는데, 디지털 기업의 고정사업장은 서버란 점을 이용해 조세를 회피해왔다.

미국 정부의 제안대로 과세체계가 바뀌면 한국에서 수익을 낸 만큼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들이 내게 될 법인세는 최근 국세청의 추징 규모로 가늠할 수 있다. 국세청은 작년 구글과 아마존에 각각 6000억원, 1500억원의 법인세를 추징했다. 국세청은 구글, 아마존의 실질적인 기업 활동을 보면 사실상 한국에 고정사업장을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석해 그동안 못 거뒀던 법인세를 징수했다.

도병욱/서민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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