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올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8월 고점이던 2051달러에서 이달 들어 1700달러 선까지 내렸다. 국내 금 시세 역시 같은 기간 g당 7만9000원 선이었으나 6만3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 선물시장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유입 통계를 보면 지난 4개월 중 3개월 동안 순유출을 기록했다. ETF에 들어온 투자금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이는 금리 상승으로 금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과 달리 금은 투자해도 별다른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않는다. 반면 올 들어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 연 1%를 밑돌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연 1.6% 선을 넘어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금의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금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암호화폐는 금의 대체자산이지 화폐의 대체자산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 말이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만한 자산이 된다는 신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투자 의사결정도 시세 차익을 겨냥하기보다 포트폴리오 분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부지점장은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매수할 만하다”며 “5년, 10년 후를 보고 저가 매수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장도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은 수준에서 글로벌 경기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금 실물보다 간접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5% 안팎을 배분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 간접투자 상품은 금 통장이다. 본인 계좌에 예금을 넣어 놓으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은행이 고객 예금으로 직접 금을 사들이지는 않는다. 대신 같은 금액을 외국 은행이 개설한 금 통장 계좌에 달러로 예치한다. 투자자는 원화를 예금하지만 잔액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연동돼 바뀌는 셈이다. 금 통장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원할 때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 수수료도 2% 안팎으로 골드바를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 단 투자 차익에 대해선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 국민, 우리은행 등이 금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12개 금 펀드 수익률은 올해 30%를 넘어섰다. 이외에 금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금 ETF 등도 간접 투자 효과가 있는 상품이다.
최홍석 신한PWM 잠실센터 PB팀장은 “국내 ETF는 환 리스크를 헤지하지만 해외 ETF는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으므로 유의해야 한다”며 “골드 채굴 기업을 통해 금 가격과 상관관계가 높은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소람/박진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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