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을 계기로 박원순 전 시장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인 도시재생사업이 흔들릴 조짐이다. 종로구 창신동 등 12개 도시재생지역 대표들이 “구역에서 해제해달라”는 뜻을 서울시에 전달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요구에 일단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오 시장이 후보 시절 도시재생 축소를 수차례 언급한 만큼 결국 공공재개발 등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해제연대는 도시재생으로는 좁은 길과 가파른 경사 등 낙후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종로구 창신동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도시재생을 위해 1000억원가량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봉제역사관, 백남준기념관, 산마루놀이터, 채석장 전망대 등 주민 생활과 큰 상관없는 ‘보여주기식’ 건물만 지어졌다.
강대선 창신동 공공재개발 위원장은 “벽화 그리기 등에 집중하면서 주거 여건이 더 열악해졌다”며 “길이 좁아 불이 나도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고 매년 물난리까지 겪고 있다”고 말했다. 창신동의 한 주민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견디지 못한 젊은 부부들이 떠나면서 최근 2년 사이 어린이집 세 곳이 문을 닫았다”고 했다.
해제연대에 속한 일부 구역은 도시재생 대신 공공재개발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창신동, 서계동 등은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 사업에 지원했지만 예산 중복집행 등의 이유로 탈락했다. 김영옥 구로1구역 위원장은 “지난달 64%에 달하는 토지 소유자에게 도시재생 해제 동의서를 받아 구로구에 전달했다”며 “도시재생이 족쇄가 돼 공공재개발을 못 하고 있는 억울함을 오 시장에게 하소연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역이어서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탈락했다”는 일부 주민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도시재생과 재개발이 병행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행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시재생은 재개발, 가로주택 등 각종 정비사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도시재생지역이 제외된 건 이미 예산이 투입돼 ‘선도사업’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도시재생은 2011년 취임한 박원순 전 시장이 뉴타운 해제와 같이 추진한 사업이다. 완전 철거가 아닌, 개선과 보존을 기반으로 도시정비를 하는 게 특징이다. 2015년 서울시 도시재생 1호 지역으로 창신동을 지정하면서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서울도시재생포털에 따르면 주거지 재생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곳은 총 32개 구역이다.
공공재개발·재건축 후보지들도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 시장이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풀면 신뢰를 잃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을 할 메리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 후보지는 올 1월 동작구 흑석2 등 8곳, 3월 성북구 성북1 등 16곳 등이 선정됐다. 공공재건축은 지난 8일 관악구 미성건영 등 5곳이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다. 미성건영 조합 관계자는 “후보지에 포함됐지만 추가 인센티브가 없다면 차라리 민간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현주/신연수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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