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 보유 범위를 목표(비중 16.8%) 대비 ±2%에서 ±3%로 넓힌 국민연금의 결정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순매도액이 16조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동학개미’의 불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국민 노후자금의 건전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데도 주식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쏟아지자 정부와 여당이 이례적으로 5월 회의를 앞당기는 식으로 압력을 넣은 게 문제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가 이를 한 차례 거부했으나, 지난 9일 ‘원포인트’ 회의에선 결국 손 들고 말았다. 이미 ‘연못 속 고래’가 된 국민연금은 앞으로 주식투자 비중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이 결정은 ‘매물 폭탄’을 잠시 이연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말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도 ‘떼법’의 그림자가 선명하다. 금융상품이 갈수록 복잡다기해지는 현실에서 금융사고 때마다 금융회사와 투자자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완전판매 입증 책임을 전적으로 금융회사가 지도록 했다. 지난해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에게 100% 원금 반환이란 이례적 결정이 이어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가속화했다. 하지만 펀드 가입에만 1시간 이상 걸리는 등 금융사와 소비자 불편만 가중되는 현실이다.
주식공매도 금지 유예기간이 다음달 2일 종료 예정이란 점도 우려스럽다. 이미 한 차례 유예(6개월)됐다가 논란 속에 연장된 금지조치를 둘러싸고 동학개미들이 또다시 ‘공매도 반대’를 외칠 공산이 크다. 금융위원회가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지만 투자자들이 반발하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오는 7월 7일부터 시행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20%)도 그로 인한 부작용과 파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금융이 여론에 휘둘려선 존립하기 어렵다. ‘떼쓰면 먹힌다’는 잘못된 신호가 한국 금융의 시계를 한참 뒤로 돌리고 있다. ‘투자자보호’도 중요하지만 모든 위험투자에는 ‘투자자 책임’의 원칙도 강조돼야 마땅하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이 이렇게 오락가락한다면 금융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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