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의 ‘조용한’ 반도체산업협회장 취임

입력 2021-04-12 11:45   수정 2021-04-12 11:55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사진)이 지난달 12대 반도체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월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서면 회의로 대체하고 이 협회장 취임을 임원사들에 공지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국내 최대 규모 업종협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회원사 수는 270여곳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동진쎄미켐, 주성엔지니어링 등 장비·소재 업체, ASML 램리서치 같은 외국계 기업들도 가입해있다.

협회는 과거 협회장 취임 때 행사 사진과 취임사 등을 외부에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 협회장 취임 땐 별도 외부 공지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이유가 뭘까.

전임자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 협회장이 중도 취임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에서 협회장을 맡을 땐 D램, 낸드플래시 사업을 총괄하는 메모리사업부장이 나서는 게 관행이다. 전임 협회장인 진교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도 2019년 3월 협회장 취임 당시 메모리사업부장이었다. 지난해 12월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진 사장이 삼성의 선행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종합기술원장으로 이동했고 이정배 당시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메모리사업부장에 올랐다.

일각에선 진 사장이 삼성전자 현직이고 임기 3년 중 1년이 남은 만큼 계속 협회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진 사장이 고사했고 결국 신임 메모리사업부장인 이 사장이 협회장에 취임했다.

과거에도 삼성전자 출신 협회장이 중도퇴임하고 후임이 잔여 임기를 채운 사례가 있었다. 2014년 2월 김기남 당시 메모리사업부장이 삼성SDS 사장으로 옮긴 전동수 협회장을 대신한 적이 있다. 당시엔 취임행사가 열렸고 취임사 등이 외부로 나갔다.

이번에 협회가 신임 협회장 취임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건 코로나19 상황, 전임 협회장인 진 사장에 대한 예우, 외부에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 이 사장의 성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인사에 따른 협회장 변동은 협회장을 맡은 회사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협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끝난다. 차기 협회장엔 SK하이닉스 대표(CEO)가 취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년 임기 협회장을 번갈아가며 맡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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