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경주마를 키우는 136개 농장이 모여 만든 단체다. 매년 1100여 마리를 판매해 국산 경주마산업의 95% 규모를 책임진다. 한국 경마산업의 ‘젖줄’인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몰고 온 상황은 3대에 걸쳐 제주 동복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김 회장마저도 사업을 포기하고 싶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 경마가 지난해 2월부터 사실상 ‘올스톱’ 상태여서다. 한국마사회는 작년 10월 ‘고객 부분 입장’을 허용했다가 두 달도 안 돼 이를 철회했다. 이후 ‘무고객 경마’를 시행했다가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경주마 생산 농가의 매출이 전년 대비 62억8000만원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는 손실액이 이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사회 이익금의 70%로 조성되는 축산발전기금도 작년 영업손실로 인해 올해는 한 푼도 적립되지 못하는 상태다.
지난 1월 8일부터 무고객 경마가 재개됐지만 김 회장은 “취지는 좋으나 사실상 무의미한 경주”라고 지적했다. 마사회는 유보금을 꺼내 경마 상금으로 쓰고 있지만, 정상 운영되던 시절의 절반 수준인 35억원에 그친다. 상금이 70억원 수준일 때도 마주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나마 이마저도 바닥이 보이기 시작해 올해 하반기면 가용자금이 소진될 예정이다.
마주들의 구매력이 떨어지자 말값도 폭락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2018년 약 30%였던 경주마 경매 낙찰률은 올해 22.98%까지 내려갔다. 김 회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말 한 마리를 경주마로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3000만원. 최근에는 마리당 20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키울수록 손해인 셈이다. 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월평균 100건에 달하던 거래는 지난달 20여 건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는 “그마저도 팔리면 다행이다. 팔리지 못한 말은 모두 폐기처분해야 해 공짜로 말을 넘길 때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에도 미국과 일본, 영국 등 경마 선진국에서는 온라인 마권 판매가 가능해 경마산업이 활발히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2009년까지 온라인 발권을 시행했다가 법제처가 ‘마사회법 6조’의 마권 발행처를 경마장과 장외발권소로 한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려 금지됐다.
코로나19로 국내 경마가 중단되자 관련 매출은 일본과 홍콩 경마 등에 대한 불법 베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불법 경마 사이트 신고 건수는 2648건으로, 2019년(1357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김 회장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며 일해온 사람들이 사지로 몰리고 있다”며 “대부분의 생산자가 누적된 적자로 인해 신용도가 농어촌기금 대출도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정말 살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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