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합의에 2차전지주 급충전…"K-배터리 전체에 호재"

입력 2021-04-12 13:48   수정 2021-04-12 13:59

SK이노베이션 주가가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불확실성을 덜어내고 큰 폭으로 올랐다. SK이노베이션에 공급하는 소재·장비주 주가도 함께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의 2차전지 밸류체인 전체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배터리 화재로 인한 불확실성은 배터리 업계의 남은 과제로 꼽힌다.
◆한숨 돌린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12일 장중 15% 가까이 오른 27만원대에 거래중이다. 이날 에코프로비엠(9%), 엘앤에프(8%), SKC(7%), 솔루스첨단소재(6%), 포스코케미칼(4%) 등 2차전지 소재·장비 밸류체인이 줄줄이 올랐다. LG화학은 보합, 삼성SDI는 1%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전날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을 하루 남기고 합의안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총액 2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0년간 추가 쟁송을 하지 않는 조건도 달렸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 사업을 정상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날 합의결과는 SK이노베이션에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현금 1조원이면 SK이노베이션이 재무 악화를 크게 겪지 않고 배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합의금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SKIET 기업공개와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2조원 내외의 현금 유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재·장비주에도 호재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소송 합의가 K배터리 전체에 호재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폭스바겐의 사례에서 봤듯이 국내 업체간 갈등은 배터리 수주에 있어서도 불리한 요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을 끝내면 본격적으로 증설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렇게되면 국내 소재·장비주들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할 수 있다. 그동안 배터리주를 눌러온 실적 둔화 우려가 제거된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 전기차 장은 가장 빠르게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인프라 부양안에 따르면 전기차 부문 지원금액 1740억달러 중 1000억달러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대당 1만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된다면 1000만대 분량에 해당한다. 과거처럼 세금공제 방식이 아닌 현장 차감 방식이 언급되고 있다. 소비자가 느끼는 구매 매력이 커지면서 시장도 급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가 미국에 진출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유럽은 역내 공장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2025년까지 미국 전기차 시장은 K배터리 업체의 무대가 될 것"이라며 "소재·장비 업체 중 에코프로비엠,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DI동일, 후성, 천보, 신흥에스이씨, 상아프론테크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화재 리스크
남은 숙제는 배터리 화재 문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코나 화재로 인한 리콜 비용 5550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하면서 적자를 낸 바 있다. 미국은 다른 시장보다 제조사의 제조물 책임에 대해 엄격한 배상 책임을 묻는 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높은 충당금을 설정하는 이유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두 회사 모두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시장에서 우려되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배터리 화재에 따른 충당금 문제"라며 "화재 이슈가 또 터지게되면 충당금 문제가 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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