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가 JTBC 금토드라마 '괴물'에서 보여준 물오른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감동했고, 여진구는 '괴물'을 통해 연기자로서 답을 찾았다고 했다.
2005년 영화 '새드무비'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 17년차. 1997년생인 여진구는 인생의 절반을 연기자로 살아온 것. 어릴 때부터 '연기 천재', '연기 신동'으로 불렸고, 중학생 때 쟁쟁한 성인 연기자들을 꺾고 각종 신인상을 석권했던 여진구다. 그럼에도 여진구는 "이전까지 모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괴물'을 하면서 명확한 방향성을 찾게 됐다"며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알게 된 작품"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괴물'은 만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살인사건을 쫓는 이동식(신하균)과 한주원(여진구)의 수사기를 담은 작품. 여진구가 연기한 한주원은 경찰청 차장 한기환(최진호)의 아들로 진실을 추적하기 위해 만양에 입성하게 된다. 원칙주의자이자 경찰 엘리트 코스를 밟은 한주원은 이동식(신하균)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극을 이끈다.
매 작품마다 칭찬을 받았던 여진구는 이번에도 "역시 여진구"라는 찬사를 받았다. 여진구에게 신인상을 안기며 성인 연기자로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했던 영화 '화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실체없는 괴물을 향한 분노와 광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대표작이 탄생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완벽했던 '괴물'을 마무리한 후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진구는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 '괴물'이 끝났습니다.
방송 내내 칭찬받았고, 방송이 마무리된 후에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무엇보다 '괴물'을 하면서 '나쁜 짓을 하지 말자'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웃음) 이번 작품으로 인해 생각도 못했던 성인 실종자, 그리고 남은 가족들에 대한 아픔을 생각하게 됐어요. '괴물'은 수사물이지만 범인을 표적에 두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뤄요. 그래서 많은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더욱 풍부한 전개가 가능했던 거 같아요.
▲ '괴물'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가장 중점을 둔 건 주원의 변화였어요. 주원이도 8회에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해요. 그래서 작가님도 8회까지가 1부, 그 이후를 2부라고 하셨어요. 2부부턴 주원의 캐릭터가 초반과는 달라져요. 그게 너무 확 와 닿지 않았으면 했어요. 주원이는 정의롭고 경찰로서 역할을 다 하려 하지만, 이전까지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결이 달랐어요. 살아오면서 겪은 일 때문에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어서 그걸 보여드리고 싶었죠. 그래야 뒷부분에 시청자들도 '주원이가 조금 불쌍하다' 생각하실거 같았어요. 왜냐면 저도 초반엔 '좀 재수없다'고 느꼈기 때문에(웃음). 그런 부분들에 중점을 뒀죠.
▲ '괴물' 방송 내내 신하균 배우와 팽팽한 긴장감과 공조를 보여줬습니다.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너무 재밌었어요. 선배님이 계셨기 때문에 '괴물'이라는 작품이 호평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호평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촬영장에서는 어땠나요?
이동식, 한주원의 모습이 어떻게 보여질지를 계속 고민했어요. 서로 공조하는 과정에서 초반에 보여드린 이동식과 한주원의 팽팽함을 잃고 싶지 않았죠. 파트너라고 해서 사이가 더 좋아질 거 같지 않았고요. 파트너십은 보이면서 적당한 간격과 톤을 맞춰가면서 연기했어요.
▲ 2006년 영화 '예의없는 것들'에서 신하균 배우의 아역을 하기도 했는데, '괴물'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어요.
전 사실 (신)하균 선배를 만난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선배님은 저를 기억하셔서 죄송했어요.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전과 달라진 부분인 거 같아요. 저도 나중에 선배님처럼 멋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나이 또래 배우를 받아들이고,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처음엔 '어떻게 날 바라보실까' 걱정되고 무서운 점도 있었어요. 선배님의 기준에 맞추고, 마음에 들었으면 했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 함께 활약을 펼쳤지만 백상예술대상 후보에는 신하균 배우만 올랐더라고요. 아쉽지는 않나요?
워낙 칭찬을 많이 받아서 전혀 그런 건 없어요. '괴물'이 후보에 많이 이름을 올려서 그 부분도 감사하고요. 상황이 좋았더라면 함께 가서 축하도 드리고 할텐데,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
▲ 스스로 뽑은 '괴물'의 명장면이 있을까요?
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가지만 '괴물'의 엔딩이 마음에 많이 남아요. 끝까지 이동식, 한주원의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작가, 감독님께 감사드려요.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고, 처음으로 이동식이 주원에게 아무런 미끼 없이 환하게 웃고, 주원이는 그걸 보면서 동식을 마음에 담는 모습이 찡하고 좋았어요.
▲ 극 중 잔혹한 장면도 많았어요. 몇몇 회차는 19세 관람 불가로 방송됐죠.
극의 수위에 대해 감독님이나 촬영, 편집 스태프 분들이 많이 고민하신 걸로 알아요. 저는 걱정보다는 '이런 수위를 보여드려야 더 많은 분들이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 같아요.
▲ 주원이는 원칙주의자인데, 인간 여진구는 어떨까요?
주원이는 초반엔 정말 원칙에 살고, 원칙에 죽었죠. 저와는 정말 달라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저는 작품을 택할 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저와 많이 다른지를 보거든요. 저는 살면서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은 한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하고, 그것도 상황에 따라 버릴 수 있다고 봐요. 저와 다른 주원이를 연기하며 정말 재밌었어요. 어쩜 그렇게 딱 지키고 사는지, 참 배울 게 많은 대단한 친구예요.
▲ 평소에 장르물을 즐겨 보나요? '괴물'을 준비하면서 어떤 작품들을 참고했을까요?
정말 좋아해요. 원래 장르적으로 가리는 게 없어요. '괴물' 대본을 보면서 영화 '세븐'이나 '나를 찾아줘' 같은 작품을 보면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작가님이 '사브리나'라는 책을 선물해주셔서 그 책도 재밌게 읽고, 감독님은 '마인드 헌터'라는 미드를 추천해주셔서 봤죠.
▲ 많은 사람들이 '괴물'이 여진구의 새 대표작이 됐다고 하는데요. 여진구 본인이 생각하는 대표작은 어떤 작품일까요?
이걸 본인이 뽑을 수 있을까요?(웃음) 많은 분들이 제 대표작으로 '괴물'을 꼽아주시면 감사할 거 같고,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이 작품을 제 대표작으로 꼽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해요.
▲ 그렇다면 '괴물'은 여진구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일까요?
배우 여진구에게 답을 준 작품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몰입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고 응원받을 수 있는지 아삼모사하고 애매해서 확실한 뭔가가 없었는데 거기에 '어떻게 해야겠다'는 확신을 준 작품이라 더 소중해요.
▲ 차기작이 정해진 게 있을까요? '멜로 여진구'를 찾는 팬들이 많더라고요.
차기작을 볼 때 장르를 정하고 결정하진 않아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멜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멜로를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웃음)
▲ 생각하고 있는 상대 배우가 있을까요? 2012년 박보영 배우가 '멜로 하고 싶은 배우'로 여진구 씨를 뽑기도 했는데요.
상대 배우까진 생각해 보진 않았어요. 박보영 누나와 멜로, 너무 좋죠. 하하하.
▲ 아역부터 시작해서 '잘 자란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아역 배우'란 타이틀에서 언제부터 자유로웠을까요?
조금 건방져 보일 수 있는데, 전 어릴 때부터 그 부분은 신경쓰지 않았어요. 연기가 좋고 재밌으니 계속 전 이 일을 할테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거기에 맞춰 연기를 할 거라 생각했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저만의 연기 스타일도 찾고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지나갈 일이라 신경쓰지 않았어요.
▲ 연기를 안할 땐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까요?
요즘 허브를 키우고 있어요. 제가 뭔가를 길러본 적이 없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물을 주고, 바람도 쐐 주고, 창가로 옮겨 햇볕도 주고, 자식 키우는게 이런 느낌인가 싶고 재밌더라고요. 쑥쑥 자라는 게. 초록이 그리워서, 허브를 키우며 힐링하고 있어요.
▲ '괴물'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몰입하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저에게 요 몇 년 동안 행복한 일들만 있었어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연기하고 살아가고 싶어요.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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