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기업] 에스티큐브, 새로운 표적의 면역관문억제제 개발

입력 2021-04-29 09:55   수정 2021-07-11 10:20

<p> ≪이 기사는 04월 29일(09:55)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에스티큐브가 새로운 면역관문억제제를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공개했다. 암세포에서 ‘PD-L1’과 상호 배타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인 ‘BTN1A1’과 이를 표적하는 항체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다.

정현진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임상병리과 전임의를 거쳐 2000년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에는 GC녹십자셀의 전신인 이노셀을 창립했다. 정 대표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 LC’를 개발하고 임상을 마친 후 이노셀을 GC녹십자에 매각했다. 이후 2013년 3월 에스티큐브에 대표로 합류했다.

정 대표가 꿈꾸는 에스티큐브의 최종 목표는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가장 실력 있는 연구개발(R&D) 기업이다. BTN1A1을 표적하는 항체 후보물질 ‘hSTC810(STT-003)’이 그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BTN1A1, PD-L1과 병용해 반응률 높일 것
BTN1A1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면역관문 단백질이다. 에스티큐브가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함께 발굴했다. BTN1A1이 암세포에서 항암 효과를 방해하는 기전은 PD-1 및 PD-L1의 상호작용과 유사하다.

BTN1A1은 암세포에 주로 발현된다. 암세포의 BTN1A1은 면역세포에 발현된 리간드와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상호작용을 통해 ‘CD8+ T세포’의 활성화를 막는 이른바 ‘면역관문’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면역세포에 의한 암세포 사멸을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BTN1A1이 면역세포인 CD8+ T세포에 발현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BTN1A1은 미세종양환경 속에서 대식세포나 조절T세포(Treg)에 발현된 리간드와 상호작용하며 면역세포의 활성을 방해한다.

에스티큐브의 주력 파이프라인 hSTC810은 BTN1A1을 표적하는 인간화 항체다. 암세포에 발현된 BTN1A1에 부착돼 BTN1A1 리간드와의 결합을 방해한다. 면역관문을 억제해 면역세포의 항암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 회사는 잠재적인 BTN1A1 리간드를 도출했다. BTN1A1과 결합하는 두 개 이상의 리간드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BTN1A1의 리간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밝히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가 연구한 BTN1A1의 발현 양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암세포에서 PD-L1과 배타적으로 발현된다는 점이다. 즉 종양 조직에서 BTN1A1 혹은 PD-L1은 각각 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두 단백질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도 세포 단위에서 관찰하면 BTN1A1이 있는 위치에 PD-L1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회사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BTN1A1이 PD-L1을 억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대로 PD-L1이 BTN1A1을 억제하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에스티큐브는 배타적으로 발현되는 현상을 활용해 여러 임상 전략을 세우고 있다. BTN1A1의 항체와 PD-L1 항체를 함께 항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PD-1 및 PD-L1 항체 치료로 항암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BTN1A1을 단독 투여한다면 치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BTN1A1과 PD-L1이 함께 발현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항체를 함께 투여하면 반응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TN1A1 항체를 투여한 후 PD-L1 수치가 높아지면 그때 PD-L1 항체를 투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에스티큐브는 BTN1A1이 다수의 암종에서 PD-L1보다 더 높은 발현을 보인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여러 암 환자의 종양조직이 포함된 슬라이드(TMA)에서 면역조직화학(IHC) 염색법으로 각각의 바이오마커를 확인했다. 그 결과 비소세포폐암에서 PD-L1과 BTN1A1의 바이오마커 발현율은 각각 33%와 54%로 나타났다. 두경부암과 식도암에서도 BTN1A1의 발현율이 PD-L1보다 높았다.

난소암에서는 PD-L1 발현율이 5%에 그친 반면 BTN1A1 발현율은 65%에 달했다. 정상세포에서는 BTN1A1이 PD-L1보다 매우 낮은 발현 양상을 보였다.

정 대표는 “암세포에서 발현율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PD-1 및 PD-L1 계열 약물과 비교해 단독요법으로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또 정상세포에서의 발현율이 낮다는 점은 부작용이 낮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글로벌 임상 1·2a상 신청 목표
에스티큐브에게 올해는 특히 중요한 시기다.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BTN1A1 및 hSTC810에 대한 연구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신규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건이 좋다면 빨리 기술이전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좋은 조건이 아니라면 무리해서 기술이전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현재 파이프라인 개발은 2013년 미국 메릴랜드주에 설립한 100% 자회사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에서 주도하고 있다. 정 대표가 올해 가장 기대하는 중요한 성과는 글로벌 임상 진입이다. 하반기에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1·2a상을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임상용 항체 생산을 맡았다. 영장류 독성시험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찰스리버가 진행하고 있다. 오는 7~8월에 영장류 시험이 마무리된 후에 임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임상 1상에서는 독성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고 약물의 투여량을 결정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임상 1상에서 적정 용량이 정해지면 임상 2a상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 1상 대상은 모든 고형암 환자다. 임상 2상부터는 비소세포폐암, 난소암, 방광암 등으로 적응증을 특정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세 암종은 기존 PD-L1과 비교해 BTN1A1의 발현이 높은 암종이다.

정 대표는 임상 1상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암종에서 완전관해(CR)나 부분관해(PR)가 나타난다면 더욱 빠른 기술이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TN1A1의 발현이 높은 환자를 미리 선별하는 동반진단도 준비하고 있다. 전임상 연구를 통해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확보했다. 앞으로 이어질 임상연구를 통해 실제 바이오마커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면역관문 발굴 중
이 회사의 다른 파이프라인 중에는 PD-L1 및 PD-1을 표적하는 항체 바이오베터도 있다. ‘STT-001’과 ‘STT-002’는 각각 PD-L1과 PD-1의 특정 당화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다. 체내의 암덩어리에서 당화가 많이 관찰되는 만큼 특이적이고 강하게 암세포의 면역관문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생쥐 종양 모델에 STT-002를 투여한 결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기존에 허가받은 항체에 비해 림프구 생존기간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점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hSTC810과 STT-001 혹은 STT-002를 활용한 병용요법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PD-L1이나 BTN1A1이 아닌 또 다른 면역관문도 발굴하고 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에서 발현되는 면역관문물질을 표적하는 ‘STT-012’와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STT-013’도 있다. ‘STT-011’은 췌장암 기질 부위의 췌장성상세포에서 발현된 면역관문을 표적하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췌장암 생쥐모델에서 유전자 조작을 통해 표적단백질 발현을 억제한 결과 생존기간이 증가했다. 회사는 STT-011의 표적이 미세종양환경에서 Treg 증가에 관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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