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사무, 조례에서 명확히 규정해야"

입력 2021-04-12 17:33   수정 2021-04-12 17:35



서울시의 자치경찰제 조례안을 두고 서울경찰청 측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조례안이 자치경찰의 역할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했다는 지적이다.

연명흠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실무추진팀장은 12일 오후 서울시가 개최한 ‘자치경찰 조례 토론회’에서 “조례에서 자치경찰사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시민의 생명·재산 등을 보호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향후 변화를 반영해 조례를 선제적으로 제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조례안 제2조 2항은 ‘조례에 규정된 사무 외에도 시급히 수행해야 할 사무로써 서울시장과 서울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합의한 사무는 추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이 조항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직장협의회 측은 지난달 말 “시의회 통제 없이 사무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므로 자치경찰사무의 명확화 및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해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자치경찰사무 담당 경찰 임용권을 두고 연 팀장은 “(자치경찰제 시행 초기에는) 인사 교류가 많아 당분간은 서울경찰청에 재위임하는 게 맞다”며 “향후 상황이 정리되면 재위임 없이 위원회에서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조례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사무 담당 경찰의 임용권은 시장과 자치위원회에 위임돼 있다. 이 중 일부를 서울경찰청장에 재위임하는 게 가능하다. 직장협의회 측은 “서울경찰은 약 3만여 명의 인사를 실시한다”며 “자치위원회가 임용권을 행사하면 업무 혼란과 치안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 조례안 제 2조 3항이 ‘자치경찰 사무 개정 필요시 서울경찰청장에 사전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한 것도 논란거리다. 경찰청이 만든 표준 조례안은 ‘광역단체장은 시·도 경찰정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서울시를 포함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 조항이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들을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바꿨다.

연 팀장은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업무를 집행하는 치안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서울경찰청 간 의견 차이가) 밥그릇 싸움처럼 비춰져 안타깝다”며 “자치경찰제의 안착과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위원회를 얼마나 잘 운영하는지에 자치경찰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인사권은 자치경찰위원회가 가져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조례안 제정 단계에서 ‘들어야 한다’ 또는 ‘들을 수 있다’ 등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치경찰제가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자치경찰제는 오는 7월1일 본격 시행된다. 서울뿐만 아니라 충청북도와 충북경찰청도 자치경찰제 조례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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