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 노바백스 백신을 실험하는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오는 6월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지적이다. 유럽·미국 등에서 허가도 나지 않은 백신의 출시 시기를 공언한 것에 대해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충분한 검증도 없이 백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유럽 등에서 허가가 지연될 경우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공수표에 그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에서 생산을 준비 중인 노바백스의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겉모습만 같은 단백질을 만들어 몸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노바백스 백신의 예방률은 89.3%다.
하지만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임상이 종료되지 않았다. 영국에서 피험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작년 말부터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3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노바백스는 유럽 식품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모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했다. 유럽은 4~5월, 미국은 7월께 긴급사용승인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미 허가를 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비해 안전성이 덜 검증됐다는 뜻”이라며 “추후 부작용 문제가 생기면 정부 접종 계획이 완전히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6월 시판에 들어가기 위해선 유럽 EMA 승인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바백스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먼저 시판되는 걸 원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 먼저 출시하기 위해선 노바백스 측의 동의가 필요한데 충분히 협의가 끝나지 않은 걸로 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유럽과 비슷한 시기에 국내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바백스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혈전 발생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반면 mRNA 방식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큰 문제 없이 접종되고 있다. 예방률도 90%를 넘는 mRNA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70.4%)을 압도한다.
정부가 노바백스 백신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30세 미만 접종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특정 연령대만 차별받을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해서다. 작년 기준으로 20~29세는 680만6153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다. 이들의 60%에 접종하기 위해선 화이자 등에서 408만3691명분을 추가로 들여와야 한다. 현재로선 20세 미만(876만3406명)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힐 가능성도 낮다. 이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중단된 30대 미만 64만 명을 비롯해 3분기에 접종이 시작될 일반 국민에게 노바백스 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수급에는 숨통이 트이겠지만 자칫 노바백스 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질 경우 백신 대란이 불가피해진다.
천 교수는 “안전성이 검증된 mRNA 방식의 백신 확보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이선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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