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무릅쓰고 경영전문대학원(MBA)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까. 실제 업무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MBA 진학을 두고 많은 사람이 하는 고민이다. 한 기업의 대표로서, 직장인으로서 이미 시간에 치이며 생활하고 있는데 여기에 학위과정을 밟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도 대학원인 만큼 만만치 않다. 더 이상 MBA 졸업장만으로 커리어가 보장되는 시대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같은 고민 끝에 결국 MBA에 진학해 학위를 받았다. 그들은 왜 MBA를 선택했을까. 결과적으로 어떤 도움이 됐을까.
한국경제신문은 MBA의 어떤 부분이 직장인 그리고 기업 대표에게 도움을 줬는지 과정을 이수했거나 재학 중인 ‘MBA 선배’ 5명에게 서면 인터뷰로 들어봤다. 이들은 “실무 능력을 향상하는 데 이만한 게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MBA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영(세종대 MBA 졸업)=‘공유주방1번가’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운영해 왔으며 창업 인프라 사업의 일종인 ‘공유주방 사업’을 2019년부터 하고 있어요.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찾았습니다. 세종대 FC MBA는 프랜차이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으로 이론은 물론 현장 경험까지 풍부한 교수들, 현업에서 경영하고 있는 대학원 원우들과 함께 토론하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해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김대성(한양대 MBA 재학)=인터내셔널MBA 과정의 차세대 가업승계 경영인 양성에 최적화한 교육과정인 글로벌YES 트랙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 및 중증장애인 생산시설 2세 경영자로서 경영을 준비하기 위해 진학했습니다.
본업과 학업 병행은 분명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울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경영인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학업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고 늘 여겨왔는데, MBA 과정을 통해 다양한 업종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었습니다.
▷예상훈(건국대 MBA 졸업)=‘차봇모빌리티’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일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관련 업체들과의 제휴와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있지요. 조직에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학원이나 온라인 교육 등으로 여러 방안을 찾아보던 와중에 좀 더 현실감 있고 깊이 있는 정보와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는 MBA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정재은(중앙대 MBA 졸업)=국제 금융솔루션 회사에서 컨설팅 및 신규 사업 개발 업무를 10년 넘게 해오다 관두고 MBA 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MBA 과정은 정체돼 있던 나에게 한 번 쉬어갈 수 있는 선물인 동시에 배움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돼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특히나 중앙대 MBA에서 제공하는 마케팅이나 빅데이터, 비즈니스 애널리틱스와 같은 분야의 교육과정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한석진(성균관대 SKK GSB 재학)=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클라우드·인공지능(AI) 분야 기술 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SKK GSB 이그제큐티브 MBA 진학으로 새로운 안목과 사람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글로벌 명문 대학인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스쿨과 함께 운영하는 과정이어서 최고 수준의 교수진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 켈리스쿨 MBA 학위를 동시 취득할 수 있는 점, 100% 영어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MBA에서 배운 내용들이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되던가요.
▷한석진=물론입니다. MBA에서 배운 리더십, 접근 및 관리 방법, 분석 기법 등은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산들이지요. 기업재무 과목에서 배운 듀퐁분석을 저희 팀 관리에 적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원래 듀퐁분석은 재무에서 ROE(자기자본이익률)를 향상시키기 위해 쓰는 방법이지만 저는 팀의 OKR(목표·핵심결과 지표)을 정의하는 방법으로 조직관리에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팀원들의 반응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MS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아시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에서도 우수한 사례로 주목받았어요. 미국 본사의 여러 팀과 긴밀히 일하는데 어느새 자신 있게 중요한 관점들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체계적으로 여러 기법을 활용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예상훈=현재 임원을 맡게 된 밑거름이 MBA 과정이었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하는 원우들과의 네트워킹으로 사고의 틀이 확장되고 서로 다른 업종 간에도 협업이 가능하게 됐지요.
특히 저희 회사와 같은 플랫폼 사업에서는 한 가지 분야만 잘한다고 해서 최고가 되기 어려운데, MBA에서의 경험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회사를 확대하고 투자받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 시뮬레이션을 한 경험을 활용하기도 했지요. 그 결과 지난해 시리즈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습니다.
▷김대성=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현실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략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활용할 방법 등을 공부했던 CSR전략이라는 과목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배운 바를 활용해 한양대 MBA에서 주관하는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현재 법인 설립과 함께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BA 코스를 밟으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한석진=학습량이 많은 편입니다. SKK GSB 이그제큐티브 MBA 과정은 범위가 넓고, 실용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내용으로 공부할 게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열정적인 동기들과 함께 준비하면서 서로 도와준 것이 큰 힘이 됐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MBA 과정 후반의 켈리스쿨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다행히 켈리스쿨은 온라인 MBA 과정도 매년 미국 1, 2위로 평가되는 등 온라인 교육 노하우가 뛰어나 물리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MBA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영=아무래도 2년 동안 학업과 일을 병행하다 보니 시간 분배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목요일 오후와 토요일 전체를 학업에 집중했기에 현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간 분배에 많은 애를 썼던 점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시간을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제 자신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MBA 진학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김대성=학위를 취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아 고민이 컸습니다. 그러나 한양대 MBA 진학으로 얻어간 것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사람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사회에서 만나면 직책 및 직급으로 서로를 소개하고 업무적인 관계가 되겠지만. 한양대 MBA 모두 가족처럼 편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특별한 취미가 없어 일과 가정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았는데 MBA에서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골프·야구·등산 등의 취미와 주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정재은=시간과 비용, 노력 대비 얼마나 많은 것들을 MBA를 통해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MBA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혹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해요.
단순히 ‘MBA만 하면 내 인생이 달라지겠지’라는 모호한 생각으로 임하는 게 아니라 ‘MBA에서 어떤 것을 어떻게 공부하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이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함께하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예상훈=모두가 MBA 진학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본인이 노력하는 만큼 받는 곳입니다. 수업만 잘 듣고, 학점만 잘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는 곳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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