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중앙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비판하며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에 들어가자마자 정부와 대척점에 서며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정부와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매뉴얼이 영업 제한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피해를 줄이는 효과까지 낼 경우 내년 대선까지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 구상의 골자는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 오후 9시~10시 영업정지가 아닌 업종별 세분화된 맞춤형 매뉴얼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유흥·감성주점·헌팅포차는 오후 5시~12시, 홀덤펍과 주점은 오후 4시~11시, 콜라텍과 일반식당·카페는 기존의 오후 10시까지로 다양화한다.
오 시장의 차별화된 대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누적된 국민들의 피로와 피해가 한계에 봉착한 점을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부에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정책 의제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형 거리두기가 무산되더라도 방역 부문에서 오 시장의 존재감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식약처에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촉구한 데 이어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진단키트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 시장이 코로나19 방역 의제를 갖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모습을 보인다면, 또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만으로도 존재감을 보일 수 있지 않겠나.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행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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