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건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쇄신론이 분출한 여당 초선 의원들의 모임 직후였다. 양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이다. 최고위원으로 지난 1년간 '거대여당'을 이끈 지도부의 일원이기도 하다.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대 '비문'으로 갈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선의 반성문이 나온 뒤에는 극렬 당원이 반발하면서 느닷없이 '친(親) 조국' 대 '반(反) 조국'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다음날인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호출에 백악관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자 반도체 전문가인 양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부 분열로 나라가 넘어가는 것도 몰랐던 조선 말기와 같은 상황"이라며 "국민의 준엄한 심판 앞에 우리끼리의 싸움이 얼마나 초라하냐"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놨다.
▶당의 쇄신을 촉구한 2030대 의원 5명에게 '초선 5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너무 잔인한 일이다.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괴리가 너무 크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거다. 정치가 중요하다. 간극을 좁힐 균형점을 찾는 게 소명이라는 생각을 한다."
▶선거 패배를 예감했나.
"질 선거를 졌다. 국민은 우리의 '꼴'을 보고 선택할 뿐이지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충분히 설명하되 설득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여당이 국민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은 오만이었다."
▶지도부에 있었지만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정책이나 피해호소인 관련 사죄의 메시지를 제일 먼저 냈을 때 당내 분위기는 차가웠다. 사죄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국민이 바라보는 우리(민주당)와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는 차이가 컸다. 거기서 오는 자괴감이 있었다."
▶나라가 넘어가고 있다고 했는데.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나 산업 전략이 아니라 국가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바라봐야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안방에 부른 것은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새판을 짜려는 안보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의 싸움이 얼마나 초라하냐."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여당의 반(反)대기업 정서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승자 독식' 현상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그런 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대기업을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악(惡)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라고 바라봐야 한다. 삼성이 대학 연구·개발(R&D) 지원 등 대한민국 교육에 매년 투자하는 돈이 5조원에 달한다. 기업의 위대함을 인정해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끌어낼 수 있다."
▶내년 대선 전망은 어떤가.
"여야 모두 정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됐다. 국가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기업만 보더라도 5년 뒤, 10년 뒤, 15년 뒤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준비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은 수정돼야 하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30대처럼 갚을 능력이 있는 세대에게 대출 규제를 일부 풀어줄 필요가 있다. 상환 능력이 있으니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은 건설적인 요구다. 집 한 채만 있는 어르신들에 대한 세금 완화도 필요하다. 1주택자에 대한 세금 역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
▶선거 참패를 언론의 문제로 보는 당내 시각도 있다.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할 뿐이다. 국민은 언론을 통해 정치인에 대한 지지도 하고 비판도 한다. 언론은 중요하다. 언론이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한다."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사로서 쓴소리가 부담스럽지 않나.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지하지 않은 분도 국민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그 약속을 지켜주실 거라 믿는다."
조미현/고은이/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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