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부터 행복한 가족까지…'200만원 그림' 완판 행진

입력 2021-04-13 16:59   수정 2021-04-14 00:24

“벌써 최영욱 작가의 작품이 다 나갔다고요?”

13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을 찾은 한 컬렉터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전시가 시작되기도 전에 찾는 작품이 다 팔려서다. 그는 “요즘 미술시장 호황으로 돈이 있어도 원하는 작품을 구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노화랑은 14일부터 인기 작가 10명의 작품 100점을 선보이는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 전시를 연다. 김덕기 이강욱 최영욱 등 인기 작가들이 만든 2~10호의 작은 그림을 작가별로 10점씩 선보인다.

작품값은 모두 점당 200만원. 노화랑은 1999년부터 미술 대중화를 위해 1년에 한 번씩 인기 작가의 소품을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전시를 열어왔다. 민경갑 송영방 이우환을 비롯해 유명 작가 200여 명이 이 전시를 거쳐 갔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그림을 사랑하지만 충분한 여유가 없는 이들을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올해 인기는 폭발적이다. 전시 개막 전에 절반 넘게(13일 기준 54점) 팔려나갔다. 도록을 미리 받아본 기존 고객과 컬렉터들이 앞다퉈 주문을 넣었다. 비결은 높은 작품성이다.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의 신작인 데다 대형 작품 못지않은 깊이가 있다.

최근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최영욱의 달항아리 그림 ‘카르마(Karma·업)’ 연작은 10점이 ‘완판’됐다. 세로 28㎝, 가로 22㎝의 화폭에 그린 달항아리는 표면의 미세한 균열까지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작가는 디테일을 위해 특수 돋보기까지 써서 그렸다고 한다. 안성하의 그림도 모두 팔려나갔다. 유리그릇이나 컵에 담긴 사탕, 담배꽁초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현대인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작품들도 인기다. 김덕기의 ‘가족-함께하는 시간’ 연작(사진)은 화려한 색채를 통해 가족의 정다운 한때를 표현했다. 팔레트 없이 튜브에서 짜낸 물감을 바로 캔버스에 눌러 그려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준다. 사랑스러운 소녀를 그린 이사라의 ‘원더랜드’ 연작도 화려한 색감과 정교한 패턴을 통해 행복감을 선사한다.

미술시장 호황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 주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에는 개막 1분 만에 VIP 450명이 들이닥칠 정도로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임창섭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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