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KB미얀마은행과 소액대출 법인인 KB MFI 주재원 8명 중 4명을 일시 귀국하도록 조치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권고에 따라 직원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상황이 안정되면 재출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지난 5일 미얀마 진출 금융사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주재원과 가족의 귀국을 강력히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신한은행도 미얀마 양곤지점 주재원 3명 중 1명을 이달 안에 귀국 조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3명을 모두 빼는 건 쉽지 않아 일단 필수 인력인 2명을 남겨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에서도 현지 주재원 3명 중 1명이 오는 27일 귀국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0일 우리파이낸스미얀마에 근무 중인 본국 직원 가족 전원을 철수하기로 했다. 현지 상황에 따라 주재원도 순차적으로 철수하도록 할 예정이다.
미얀마에는 은행 9곳과 보험사 2곳, 여신전문금융사 17곳 등 총 28곳의 국내 금융사가 진출해 있다. 2014년 미얀마 정부가 ‘금융개방’을 선언한 뒤 국내 금융사들은 미얀마를 신남방 거점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목표에 따라 앞다퉈 진출했다.
최근 미얀마 혼란 상황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신한은행 양곤지점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이 퇴근길에 총격을 받아 2일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외교부는 이달 초 미얀마 전 지역에 대해 “중요한 업무가 없다면 귀국해달라”는 철수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최소한의 책임자만이라도 남길 수 있도록 사태가 안정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재원을 모두 철수시키면 영업을 유지하라는 군부의 지침에 반하는 것이 되고, 자산 안전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금융당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라이선스 사업 특성상 한 번 발을 뺐다간 수십 년간 재진출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사 고위 임원은 “한국과 태국이 연이어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 한국 금융사들이 태국에서 대거 철수한 이후 괘씸죄에 걸린 탓에 새롭게 진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을 제재하기 시작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서방세계가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국내 금융사들도 결국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대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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