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신 靑 비서관, 자기 회사에 '50억 일감' 몰아주기?

입력 2021-04-14 09:32   수정 2021-04-14 09:34


전효관 청와대 문화비서관(사진)이 과거 서울시에 근무하던 시절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총 51억원 규모의 서울시 사업을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 비서관이 2004년 설립한 A사는 2014~2018년 4년간 서울시 주요 사업 12건을 수주했다. △사업비 10억5000만원 규모의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문화관광 명소화 사업' △11억8800만원 규모의 '미디어시티서울 운영대행 용역' 등 12건으로 사업비 총액은 50억9150만원이다.
서울시 입성하자 12건 50억원 일감 따내
이 사업들을 수주하기 전까지 A사가 서울시에서 수주한 사업은 3건이었다. 사업 규모도 800만~4000만원대 수준이었다. 그랬던 A사가 전 비서관이 서울시 혁신기획관(3급 개방직)에 임용돼 4년간 재직하는 동안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다.

지난 3월 청와대에 들어간 전 비서관은 2006년 자신의 지인에게 회사를 넘겨준 이후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비서관의 지인인 조모 씨 역시 서울시 산하 센터장으로 임명돼 재직 중이다.


지난해 1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에 임명된 조씨는 센터장에 임명되면서 A사 대표이사직은 그의 아내가 이어받았다. 이후 A사는 지난해에도 2억8500만원 규모의 '거버넌스 운영을 통한 한강 지역성 회복 기본 계획 수립'이란 서울시 사업을 수주했다.

전 비서관이 서울시 간부일 때 그의 회사 후계자인 조씨가 서울시 사업을 수주하고, 전 비서관이 서울시를 떠난 뒤엔 조씨가 서울시 간부가 되고 그의 아내는 회사를 물려받아 서울시 사업을 하고 있는 셈.
이태규 "공직자 이해충돌 의혹…감사 필요"
A사는 서울시 사업 수주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사가 2016년 수주한 도시재생 관련 '누리공간만들기' 사업(사업비 4억원대) 심사위원 중 일부는 전 비서관 지인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심사위원은 전 비서관과 2015년 '가는 길이 내 길이다'란 책을 함께 쓴 인물이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전 비서관과 포럼 활동을 함께한 사이로 파악됐다. 2016년 서울시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조차 이런 점 등을 들어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서울시 용역 할 때 진짜 박원순·전효관 라인을 통하지 않고는 용역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말했다.


전 비서관이 설립한 A사를 둘러싼 특혜 수주 논란은 2018년에도 불거졌다. A사가 2018년 4억6100만원 규모의 서울시 도시재생엑스포 행사를 수주할 당시 사업 선정 평가위원들 일부가 전 비서관 지인들이었던 것. 심사위원 김모씨, 정모씨 등은 전 비서관과 과거 사업을 같이한 전력이 있어 A사가 전 비서관이 설립한 회사란 점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A사는 2017년 7월 1억5500만원 규모의 용역도 경쟁 없이 수의 계약을 맺었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자신이 가진 지위와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과 관련이 있는 업체에 사업을 몰아주고 특혜를 주었다면 공직자의 이해충돌로 볼 수 있다"며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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