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위한 명품 카테고리를 대대적으로 오픈할 겁니다. 패션 플랫폼 경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국내 패션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서울 성수동의 공유오피스에서 14일 한문일 무신사 성장전략 본부장(사진)을 만났다. 한 본부장은 무신사에서 잘 팔린다는 나이키 재킷을 걸치고 나왔다. 무신사는 직원의 평균 연령이 30.3세다. 30대인 한 본부장은 복장 못지않게 자유롭고 역동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무신사의 현재 거래액은 1조2000억원이다. 2018년(45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급성장했다. 패션계의 ‘쿠팡’이 되겠다는 게 한 본부장의 포부다.
“패션 쪽에서 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전부 확대할 계획입니다. 다음달 하반기 내 명품 카테고리를 오픈합니다. 현재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들이 무신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명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아크네, 마르지엘라 등 신명품들을 먼저 소개할 예정입니다. 구찌와 프라다 같은 전통적인 명품들도 조만간 선보일 겁니다.”
무신사는 가성비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10~20대 젊은 층이 찾는 패션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저가 제품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최근 MZ세대가 명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무신사도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명품 카테고리 구성은 백화점과 비슷할 것입니다. 다만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해질 겁니다. 유럽의 명품 유통가격과 한국의 명품 유통가격은 그 차이가 큰데 무신사는 해외 부티크를 통해 직접 명품을 매입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명품 카테고리를 통해 30~40대 고객까지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신사의 무서운 성장 속도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쿠팡과 비견된다. 쿠팡은 생필품부터 시작해 식료품과 옷 등 모든 걸 판매한다. 반면 무신사는 패션이라는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패션만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패션을 전문으로 하는 무신사나 식료품을 전문으로 하는 마켓컬리가 쿠팡, 네이버와 같은 거대 기업 사이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패션시장 규모를 60조~8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온라인 패션시장은 20조~25조원 안팎. 무신사의 온라인 점유율은 5% 수준이다.
한 본부장은 쿠팡이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데 비해 무신사는 다른 플랫폼보다 옷을 판매하는 공급자들에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가 왕’이라며 고객에 집중하는 회사는 많습니다. 하지만 판매자에게 집중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플랫폼 회사는 고객과 판매자 둘 다 중요합니다. 무신사는 판매자들에게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무신사에 입점하는 브랜드는 대표가 한 명이거나 영세한 업체라서 고객의 불만에 일일이 응대하기 어려웠다. 이런 점에 착안해 무신사가 고객지원센터를 설치해 환불, 반품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공급업체들과 윈윈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무신사는 국내 브랜드를 육성해 K패션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K드라마와 K영화 등 K콘텐츠의 영향력은 늘어나고 있지만, 국제 패션시장에서 K패션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 국내 브랜드로 성공한 사례가 없어서 해외 시장 개척이 쉽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패션시장의 주류는 미국과 유럽 등 서양에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선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 소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무신사가 국내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을 해외 소비자에게 소개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무신사는 오는 6월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무신사에 입점한 주요 브랜드의 일본어 사이트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한 본부장은 “앞으로 상황에 따라 무신사 재팬을 오픈하든지, 일본 최대 패션몰인 ‘조조타운’에 무신사 관을 입점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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