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윤 기자] 모델 기무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핵심은 선을 아주 잘 지킨다는 것. 불필요하게 겸손하지도 않고, 과하게 으스대지도 않는다. 시그니처 이미지가 생명인 모델이지만 “뭘해도 기무는 기무다”란 자신감으로 데뷔 이후 고수해오던 민머리에서 벗어나 머리를 기르고 있다.
그 자신감은 헤어스타일 변화에서도 볼 수 있듯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고등학교 때 처음 꿈 꾼 건 모델이었지만,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타입이다보니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 덜 부담이 가는 디자인 전공을 택한 기무는 디자이너로서 마지막 회사에 있을 때 꿈을 찾아서 떠난 사수를 보고 본인도 원래 꿈인 모델에 도전했다.
2016년 서울패션위크로 데뷔한 기무는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패션모델 이미지에서 벗어나 최근 스타일 가이드 최겨울 유튜브 채널, 브랜드 ‘프로스펙스’ 유튜브 채널 ‘프펙멋쟁이’에서 반전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에는 해외무대에 도전했고<i>(코로나로 인해 빨리 귀국해야했지만)</i>, 자신의 이름을 건 ‘기무(GIMU)’ 런칭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 모델학과 전임교수로 임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 연차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주기 위해 다양한 개인작업을 계속하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다”라고 한 에이코닉 장한빛 주임의 말이 진심으로 다가오는 6년차 모델 기무는 매력적인 자신감으로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촬영을 수트로만 진행했다. 그것도 클래시컬한 수트로. 반전에 가까운 변화보단 남성적 매력에 대한 에너지를 정리하고자 하는 의욕마저 느껴졌다.
영화 ‘레전드’(2015)에서 톰 하디가 1인2역하는 이미지에 오마쥬를 하고 싶었다. 그간 내가 보여줬던 스트릿하고 캐주얼 모습에서 벗어나 옴므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아크로배틱한 동작들이 특이했다. 수트룩에서 오는 특유의 진중함에 위트를 더한 느낌. 어떤 설정을 했던 건지.
촬영장에서 신이 났고 흥이 났다. 수트 입고 촬영하는 게 신났다. 포토그래퍼와 합이 특히 좋았다. 스탠다드한 포즈부터 취하고, 어느 정도 나왔다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시안도 액티비티한 게 많았다.
-특정헤어스타일이 시그니처가 된 모델에게 헤어스타일 변화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들었다. 머리를 기르게 된 계기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언제까지 같은 모습으로 갈까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깨보고 싶었다. 다양한 모습을 해보고 싶었다. 해외에 가보니 한국에서 뭐를 잘못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센 포즈를 취했고, 주번에서도 그런 모습을 선호했는데, 해외를 가니까 많은 모델들이 스탠다드한 포즈에 눈빛 정도만 힘을 주는 걸 보고 반성을 많이 했다. 그 이후 헤어스타일 변화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뭘해도 '기무는 기무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바꿔보고 나니 정말 좋다. 당장 헤어 담당 실장님들하고 친해질 수 있어 좋다. 민 머리니까 손 댈 게 없어 친해질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았으니까(웃음).
-본인 이름을 건 ‘기무(GIMU)’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얼마나 진행됐는지, 어떤 색깔을 보여주게 되는지 궁금하다.
중간중간 일이 많이 생기면서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가 터지고 나니 런칭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올해 겨울이나 내년 봄에 나올 것 같다. 전반적으로 밀리터리룩을 베이스로 데미지나 워싱 등 펑크 이미지를 더하려고 한다. 디지털텍스트프린팅을 사용해서 수상한 적이 있었다. 이것도 적용하려고 한다. 7, 80년대 영국 펑크밴드 바이브를 담고 싶다. 제 활동명 기무는 ‘제주 기, 무늬 문’ 제주가 문향을 이룬다는 뜻이다. 그래서 무늬 디테일을 잘 살려볼 계획이다.
-교수라는 부케는 어떤가? 디자이너, 모델, 엔터테이너와 결이 다를 것 같다.
하기 전에는 멀게 느껴졌는데, 막상 해보니 되게 잘 맞는다. 이런 분야를 언제 해보겠나. 군대 있을 때 조교를 했다. 선임이 네 인생에 언제 이렇게 많은 인원들을 밑에 두고 움직여 보겠냐며 꼬셨다. 힘들긴 했지만, 조교하면서 성격이 변했다. 무엇보다 효율적이고 이성적으로 변했다. 그 경험이 교수로서 활동에 도움이 정말 많이 되고 있다. 학생수가 적어 일대일 교육 위주로 하고 있다. 각자 개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가려 한다. 처음 교수를 하다보니 첫 제자다. 그러다보니 더 열의가 생긴다. 서울패션위크 이번 FW 시즌에 참석한 것도 현역모델임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기무가 보는 모델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워킹과 포즈, 이 두 기본기가 단단해야 끼를 부려도 산다. 패션쇼를 많이 보라고 추천한다. 브랜드 별로 워킹스타일을 숙지하고 오디션을 보는 게 맞다고 본다. 멘탈교육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가르친다. 상황에 맞는 임기응변에 있어서는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자신있다(웃음). 모델은 끼가 필요하다. 숨어 있는 끼를 끌어내려고 한다. 기본기를 잘 닦은 상태에서 발현되는 끼는 훨씬 더 본인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계속 말을 시키며 자신감을 끌어내려 한다. 스피치도 말끝 흐리지 말고 자신있게 하라고 한다.
-작년에 해외활동을 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다. 2019년 11월에 나가서 다양하게 컨택을 했고, 12월에 패션위크 전에 한 달 정도 쉬는 타임에 맞춰 한국에 들어왔었다. 그리고 연말에 다시 출국해서 밀라노, 피렌체에서 촬영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파리는 계약문제로 가지를 못했고, 런던에서는 LCF란 학교에서 촬영을 했다.
-디자이너, 모델, 교수, 유투버 등 하나만으로 가둘 수 없는 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무 부케는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종잡을 수 없다. 저도 저를 모르겠다. 전체적인 것은 패션분야에 머무르고 싶다. 촬영디렉팅, 스타일링을 전담하는 팀을 만들고 싶은 게 있다. 전적으로 모델들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팀 말이다. 후배들 포트폴리오를 보면 불필요한 게 많이 보여서 이를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촬영장에서 기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현장분위기가 일순위다. 예의바른 모습을 갖추고,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가 나한테만 쏟아지니, 끼를 부리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본 포즈는 취하면서(웃음).
-몸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최근에 살이 많이 쪄서 8~9키로 뺐다. 운동을 많이 하면 몸이 커지는 타입이라 대신 먹지를 않았다. 일도 많이 하려고 했다. 헬스장에서도 유산소 운동 위주로 바꿨다. 자전거도 많이 타고. 샐러드 많이 먹고.
-취미는?
자취 6개월 차다. 집에서 청소하면서 힐링을 얻는다. 집 꾸미는 데 취미를 붙였다. 내 작업실이라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꾸미게 된다.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다보니 집에서 활동량을 줄이며 정서적으로 힐링하려고 하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쇼, 혹은 촬영은?
코로나 터지고 나서 촬영한 이번 쇼. 관객들 없는 상태였는데 하는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새삼 살아있음을 느꼈다. 다른 액팅을 많이 시도했고, 현장감독님들이 제 영상을 다른 모델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때 살아나는 느낌이 팍 들었다. 액팅을 한 번에 소화해내니까 뿌듯했다. 지금 학생들이 영상을 보고 패러디도 해줘서 좋았다. 감동했다.
-모델로서 도전하고 싶은 무대는?
해외쪽은 꾸준히 나가보고 싶다. 그리고 최근에 연기공부를 시작했다. 성훈 배우와 기네스-에스콰이어 협업 광고를 찍었다. 저는 바텐더, 성훈은 손님 역할로 맥주를 마시면서 주고 받는 대사가 있었다. 특별한 건 아니었는데, 연기로 호흡을 주고 받을 때 그런 뿌듯함은 신선해서 너무 좋았다. 학교에도 엔터, 연기 쪽 교수님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마스크가 정말 특이하다. 특히 광대에서 입술로 연결되는 라인은 유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 조커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어떤 매거진에서 했던 표현처럼) 귀여운 공룡(ex: 크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무가 보는 기무얼굴의 가장 큰 개성은?
특이하다. 거울 보면서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매력포인트가 입. 입꼬리 수술했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원래는 눈이 마음에 들었다. 귀가 뾰족한 편. 민머리 때는 두상천재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현장에서 보는 기무 얼굴, 혹은 기무의 이미지는 어떤가.
코스메틱 촬영을 했는데, 감독님이 제 눈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약 빤 거 같은 느낌이 너무 좋다고 하셨다(웃음).
-사복스타일은 어떤가.
평소에는 펑크하게 입는다. 예전에는 신발에 중점. 좋은 신발을 좋은 데로 간다, 잘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는 옷과 액세서리에 신경을 쓴다. 신발은 기본아이템으로 간다.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는지.
시도다. 다양하게 많이 입어봐야한다고 본다. 옷에 관심이 많았다. 학생 때 플리츠 스커트도 입어봤다. 다양하게 입어봐야 매칭이 가능하다. 다양한 스타일을 접하고 그 안에서 자기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가 가장 멋져 보일 때는.
풀로 꾸미고 수업 30분 전에는 교실에 도착해서 학생들 한명씩 맞을 때가 제일 멋있게 느낀다. 촬영날 아침에 붓기가 없는 모습도 빼놓을 수 없다(웃음).
진행: 김치윤
촬영: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에스코티지(Ascottage)
헤어: 코코미카 지나 실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유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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