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내부 사건·사무규칙에 넣지 않고,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자문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린 첫 회의에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을 연구·검토할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원회 논의의 핵심은 '유보부 이첩'을 어떻게 볼 것이냐다.
유보부 이첩이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공수처가 사건을 넘기더라도 공소 제기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일명 '재량 이첩'이라고도 불리는 개념으로,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달 "공수처 사건을 검찰에 넘길 때 공소 제기를 유보하고 이첩하는 것도 재량 하에 가능하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공수처 내부의 사건·사무규칙은 다른 수사기관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 이 때문에 법률을 개정해 유보부 이첩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공수처는 수원지검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을 다시 보내면서 공소제기 여부는 공수처가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유보부 이첩을 요구해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공수처의 요청과 관계없이 이규원 검사 등을 직접 기소했다.
또 공수처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의 경찰 사건에 대해 유보부 이첩을 사건·사무규칙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면서 검찰에 의견을 물었지만, 대검찰청은 "검찰에 이첩한 사건이라면 공수처 내부규칙으로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도록 정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한편 공수처는 14일까지 공수처법 24조1항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검·경 등에 요청한 상태다. 공수처법 24조1항은 다른 수사기관과 사건이 겹칠 경우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처장이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공수처와 검찰 중 어디가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도맡을 지를 명확히 밝히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는 해당 사건 관련 공익신고를 공수처에 수사 의뢰했다. 이 신고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의 위법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현재 수원지검은 이 공익신고와 같은 취지의 사건을 맡아서 수사 중이다. 공수처법 24조1항에 근거할 경우 공수처는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라고 검찰에 요구할 수 있다. 공수처는 이 지검장에 대해 '황제 수사'를 했다는 논란을 빚었지만, 해당 조항을 따른다면 공수처가 이 지검장 사건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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