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값이 치솟으면서 한국에서 암호화폐 가격이 유독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외국인의 의심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차익 거래는 ‘환치기’나 자금세탁 같은 불법적인 용도로 쓰일 수 있어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통상적인 모니터링 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이 여전히 모호하다 보니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제도화’의 신호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중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의 영업점에 근무하는 한 시중은행 직원은 “평소 거래가 없다가 외국환거래법상 5만달러에 맞춰 본국 송금을 요구하는 중국인 고객이 갑자기 늘었다”며 “비트코인 차액거래를 위해 브로커를 통한 차명 송금이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본점 지침에 따라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5만달러는 외국환거래법상 송금 목적이나 자금 원천 등을 증명할 의무가 없는 최대 한도다.
정부가 수년째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성격을 정의하지 않고 해외 거래도 무작정 틀어막아둔 상태에서 ‘음지’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차익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처벌할 근거조차 부실하기 때문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암호화폐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다 보니 지금은 정책을 펼 수 있는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김치프리미엄을 악용하는 불법적 거래가 실제로 횡행하고 있는지조차 아직 알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암호화폐 관련 해외 송금 의심 사례가 급증해 비상 관리 태세에 돌입한 은행 현장과는 동떨어진 분위기다. 관계부처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될 만한 차익 거래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불명확하다”며 “해외 거래를 어떻게 관리 감독할지에 대해서는 부처 간 협의와 국제사회의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직접 관리 감독에 나서면 가상화폐 해외 거래 자체를 제도화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해외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어떻게 관리 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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