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로열티'에 발 묶인 세븐일레븐

입력 2021-04-14 17:21   수정 2021-04-15 06:28

국내 편의점 ‘빅3’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1·2위인 CU와 GS25가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반면 3위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CU와 GS25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편의점 한류’를 만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에 지급하는 연 270억원이 넘는 로열티가 족쇄가 되고 있다.
브랜드 장기계약 묶인 코리아세븐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약 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4년 만의 적자전환이다. 공항과 관광지에 대형 점포가 많은 코리아세븐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제한 타격이 있지만 브랜드 로열티가 적자 전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272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이 비용이 없었다면 코로나19에도 지난해 200억원에 가까운 흑자를 낼 수 있었다.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장기간 매년 이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코리아세븐은 연 매출의 0.6%가량을 브랜드 사용료와 ‘운영 기술 도입’ 비용으로 미국 세븐일레븐에 내고 있다. 업계에선 코리아세븐이 약 2년 전 맺은 이 계약의 기간이 10년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조684억원이었던 코리아세븐의 매출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천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CU·GS는 해외서 펄펄”
코리아세븐의 이 같은 상황은 경쟁사인 CU와 GS25가 몽골·베트남에서 자체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2018년 몽골 프리미엄그룹에 브랜드를 빌려준 CU는 현지 점포 수를 2018년 23개, 2019년 54개, 지난해 110개로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CU는 말레이시아 2위 편의점 기업 마이뉴스홀딩스의 요청을 받고 브랜드 사용(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CU가 이달 1일 연 쿠알라룸푸르 1호 점포는 개점 후 열흘간 1만1000여 명의 현지 소비자가 몰리며 ‘K유통’의 바람을 실감케 했다. GS25도 베트남에 점포 100개를 내고 편의점 한류 확산에 나서고 있다.

CU는 2012년까지는 일본 훼미리마트에 돈을 내고 브랜드를 빌려 쓰던 처지였다. 그러나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주도로 1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수하고 훼미리마트를 CU 브랜드로 전환했다. 당시 홍 회장은 “사과나무를 키워 무럭무럭 자라게 하고 열매도 따먹지만 정작 나무는 우리 것이 아닌 상황”이라며 “(남의 브랜드에) 안주하지 말고 브랜드 전환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독려했다.

코리아세븐은 미국 세븐일레븐과 장기계약으로 묶여 있는 데다 신사업을 모색 중인 롯데그룹 사정상 브랜드 독립이 여의치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전환이라는 목표를 이뤄야 하는 롯데그룹은 편의점 사업 말고도 내부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사정을 전했다.

코리아세븐은 흑자전환을 위해 최근 콘텐츠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12일에는 편의점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신선식품 전용 브랜드 ‘세븐팜’을 시작했다. 세계 1위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의 ‘글로벌 소싱’ 능력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3월 미국 세븐일레븐의 인기 와인 ‘트로이목마 3종’을 단독으로 들여오기도 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앞으론 글로벌 브랜드의 강점을 이용한 물류 확대와 자체 해외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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