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인이 사건' 양모 사형·양부 징역 7년6개월 구형 [종합]

입력 2021-04-14 20:52   수정 2021-04-14 21:22


검찰이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모 장씨의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사형과 아동기관 취업제한 명령 10년,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 보호관찰 명령 5년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검찰 "살인에 미필적 고의 있었던 것 판단"
검찰은 "지속적인 학대로 아이의 건강이 악화한 후에도 아무런 병원 치료도 받게 하지 않았다"며 "확보된 증거들을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무심하고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고 지적했다.

이어 "법의학자와 부검의들의 소견에 따르면 피고인은 이미 심각한 폭행으로 복부 손상을 입은 피해자의 배를 사망 당일 또다시 발로 밟아 치명상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양부 안씨에 대해서는 "장씨의 학대 행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하면서 피해자를 지켜줄 그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징역 7년 6개월과 아동 관련 취업제한 명령 10년을 구형했다.

이날 진행된 마지막 증인 신문에는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출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검찰이 정인이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이 자리에서 추가 학대 정황에 대한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양모, 폭행은 시인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
장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학대와 폭행은 시인했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나섰다. 장씨는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는 등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는 검찰 주장에 "아이를 발로 밟거나 던진 사실이 없다. 손으로 여러 번 강하게 복부를 때린 적은 있다"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아 폭행하고 학대한 사실이 있다.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정인양 폭행 후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정인이가 졸린 듯한 모습을 보여 별일 아닌 것으로 보고 침대에 눕혔다"고 해명했다. 검사가 "잠에서 막 깬 아이가 폭행을 당한 후 졸려 한다면, 의식을 잃어가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고 재차 묻자 장씨는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답했다.


장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첫째를 낳기 전부터 이미 입양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처음부터 학대하려는 마음은 없었다"며 "아이를 혼낸 것은 밥을 잘 먹게 하기 위한 훈육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폭행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거나 보여준 적이 없고, 남편은 가벼운 체벌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씨 측은 장씨가 정인양에게 감사해하는 내용을 담은 육아일기를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 소식에 분노한 시민들 남부지법으로
1심 결심공판이 열리기 두 시간 전인 오후 12시부터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는 정인양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 역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인력을 배치하고 있었다.

오후 1시40분께장씨가 탄 호송차가 법원에 들어서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호송차를 향해 피켓을 치켜들며 "양부모 사형" "정인이 살려내라" 등을 계속해서 외쳤다. 호송차로 달려드는 걸 막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펜스가 격한 시위로 무너지면서 시민들이 엉켜 넘어지기도 했다.


오후 8시30분까지 진행된 재판이 마무리되자 호송 차량 출입구 인근에는 시민들이 모여 정인양 양부모를 규탄하고 나섰다. 몇몇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후 9시께 나오는 장씨의 호송차량을 향해서는 연신 "정인아 사랑해"를 외쳤다. 장씨가 나오기 전 안씨가 나오자 안씨를 향해서도 시민들은 "정인아 사랑해"를 외쳤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13일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기소 됐다. 안씨 역시 정인양에 대한 학대 및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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