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 쌀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에게 중요한 식량이지만 한국인에게 쌀은 단순한 식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마을마다 벼농사를 지으며 공동체의 뿌리가 됐고, 보릿고개를 겪던 시절은 간절함의 대상이기도 했다. 쌀 소비가 줄고 있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하루 평균 필요한 에너지의 30~50%를 쌀에서 얻는다.
갓 지어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쌀밥의 ‘밥맛’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전기밥솥이 흔해지고, 전자레인지에 1분이면 완성되는 즉석밥도 많지만 도정한 지 얼마 안 된 쌀을 잘 씻어 불린 뒤 짓는 밥의 매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쌀의 품종도 다양해지면서 ‘밥 짓는 향’이 ‘고기 굽는 냄새’보다 더 매혹적이라는 미식가들도 있다. 쌀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밥 한 공기’를 담는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금은 밥 한 공기에 180~190mL가 담긴다. 1990년대까지는 370mL가 평균이었다. 1960~1970년대는 560mL, 1940년대까진 680mL를 담았다.
‘밥 잘 짓는 법’의 첫 번째는 좋은 쌀을 고르는 것. 쌀알이 투명하고 윤기가 돌며 모양이 통통한 게 좋다. 쌀의 적정 수분은 14~16%다. 이 수분이 날아가지 않은 쌀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도정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 1~2개월 전 도정한 것이면 수분과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 있다. 5~10㎏ 단위보다는 그때마다 1~2㎏ 단위로 소량을 사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쌀을 보관할 땐 산소를 차단해 냉장 보관하는 게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좋다.
쌀을 씻을 때는 첫물을 가급적 빨리 헹궈낸다. 도정 과정에서 쌀 표면에 붙어 있는 쌀겨 냄새가 씻는 동안 쌀에 밸 수 있다. 쌀눈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4~5회 씻은 뒤 30분 이내로 불린다. 더 불리면 영양이 빠져나가고 상할 수 있다.
밥을 지을 때도 공식이 있다. ‘20-5-10-15’다. 20분을 불리고 5분은 센불에, 10분은 약불로 끓인다. 이후 15분 정도 불을 끄고 뜸을 들이면 된다. 물의 양은 압력솥의 경우 쌀의 1.2배, 일반 냄비엔 1.4배가 적당하다.
솥밥은 고기와 해산물, 각종 채소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린다. 제철 봄나물을 넣어 지은 솥밥은 간장과 참기름을 살짝만 둘러도 호화로운 맛을 선사한다. 제철 주꾸미와 취나물로 만드는 솥밥은 쌀 2컵 기준 주꾸미 3~4마리, 취나물 60g으로 충분하다. 밥물을 낼 때 물에 다시마 한 장, 청주와 소금을 약간 넣으면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내장을 제거한 주꾸미를 밥, 취나물과 함께 넣어 끓인다. 주꾸미는 살짝 데친 뒤 건져내고 마지막에 밥 위에 올려 먹는다.
죽순 솥밥은 봄에 만날 수 있는 식탁 위 사치다. 죽순은 0.5㎝ 두께로 자르고 표고버섯, 갓을 가늘게 썰어 다시마 육수로 밥을 짓는다. 불을 끄고 뜸을 들인 뒤 잘게 썬 쪽파를 올려 먹는다. 솥밥은 잔멸치와 전복, 연어 등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 잔멸치를 밥 위에 올린 뒤 다시마를 넣고 밥을 지으면 반찬 없이도 누구나 좋아하는 감칠맛 나는 멸치솥밥이 완성된다.
‘굴 송이 솥밥’ ‘구운연어 솥밥’ ‘옥돔 솥밥’ ‘고등어 솥밥’ 등은 취향에 따라 요리할 수 있다. 솥밥은 간을 약하게 맞춘 뒤 달래간장으로 간을 하거나 백김치 등을 올려 먹으면 궁합이 좋다. 차돌박이, 닭고기 등으로 솥밥을 만들 땐 토마토를 넣으면 새콤한 맛을 더할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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