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오른 월터 아이작슨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평전 작가다.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버트 아인슈타인, 벤저민 프랭클린, 스티브 잡스 등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들의 삶을 맛깔스럽게 재해석하는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
아이작슨이 그의 열 번째 ‘평전 대상’이자 첫 번째 ‘여성 주인공’으로 제니퍼 다우드나를 낙점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우드나는 UC버클리 분자세포생물학부 및 화학부 교수이면서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지난 3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오른 《코드 브레이커: 제니퍼 다우드나, 유전자 편집, 인류의 미래(The Code Breaker: Jennifer Doudna, Gene Editing, and the Future of the Human Race)》는 다우드나 평전이다. 코드 브레이커는 판도라의 상자로 여겨지던 인체 신비의 비밀 ‘생명 코드’를 해독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책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연장하고,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더욱 건강한 아이를 탄생시키는 장밋빛 전망이 펼쳐진다. 생명공학 분야의 혁신으로 불리는 크리스퍼는 인간과 동식물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DNA를 자르거나 교정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로도 불리는 이 기술은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원하는 대로 개선할 수 있어 질병 치료와 수명 연장을 위한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드 브레이커》는 ‘생명의 비밀’과 ‘윤리의 문제’를 동시에 건드리고 있다. 책은 다우드나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그가 주도하고 있는 mRNA 백신 개발 과정과 크리스퍼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주를 이룬다. 제임스 왓슨이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내며 생명의 비밀에 접근한 이후 유전자 편집 기술로 비로소 그 비밀이 완벽하게 풀릴 날이 머지않았다고 예측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될 때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됐는지 소개한다.
크리스퍼 기술이 이끄는 인류의 미래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독자들은 결국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작슨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주요 과학회의에 참석하고, 실험실을 방문하며,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주의 깊게 듣고 분석했다. “완벽한 작가, 완벽한 주제, 완벽한 타이밍” “우리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독서”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전하는 극찬이 책의 진가를 증명하고 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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