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수설 부인하던 씨티은행 "韓시장 소매금융 손 뗀다"

입력 2021-04-15 20:53   수정 2021-04-16 10:41

한국씨티은행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 금융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 씨티은행이 된 지 17년 만이다. 국내에서 외국계 은행이 소비자금융에서 손을 떼는 것은 2013년 HSBC코리아 이후 처음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철수하기로 확정하고 조만간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단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부문은 그대로 남겨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씨티그룹은 이날 호주 시장에서도 신용카드·주택담보대출 등 개인금융 부문을 매각한다고 공식화했다. 앞서 2월 씨티그룹의 새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조조정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한국은 호주와 함께 주요 철수 대상 지역으로 거론돼 왔다.

씨티그룹이 국내 소비자금융 철수를 결정한 것은 초저금리와 금융 규제환경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씨티은행은 앞서 2014년과 2017년 대규모 점포 통폐합 당시에도 잇단 철수설에 휘말렸다. 그러나 꾸준히 철수설을 부인하며 국내에서 WM(자산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 왔다.

하지만 유례 없는 저금리와 급격한 금융 비대면화, 정치금융 논란 등으로 영업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878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말(3074억원) 대비 38.9%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개인·소비자금융 부문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이 부문 순이익은 2018년 720억원에서 지난해 148억원까지 떨어졌다. 2년만에 5분의 1가량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한국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가 본격화하면 대형 인수합병(M&A)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씨티은행 소비자 부문이 자산가 대상 WM 영업에서 강점을 보여온 만큼 국내 금융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권에선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후보로 DGB금융과 OK금융 등을 거론해 왔다.

빈난새/김대훈/이슬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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