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터넷이 바꿀 패러다임 변화를 믿음 자체가 바뀐 ‘종교혁명’에 비유하며 기업 경영에서도 종래의 속도 개념이 파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0년대가 질(質)의 시대요, 19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속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며,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게이츠는 디지털 신경망이 구축되면 정보가 마치 인간의 사고활동처럼 조직 전체로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여러 팀이 한 사람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광속(光速)보다 빠른 ‘생각의 속도’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게이츠는 기업 내 정보의 개방과 공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회사 중역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와 일선 직원까지 전반적인 업무자료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도 빨리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경영진이 갖춰야 할 자질 가운데 하나는 나쁜 소식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처하는 결단력이라고 했다. 직원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나쁜 소식을 찾아내고, 그에 대처하느냐가 디지털 신경망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라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의 불만을 제품과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게이츠는 비행기 조종사들이 “훌륭한 착륙은 훌륭한 진입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처럼 “훌륭한 회의는 훌륭한 준비의 결과”라고 했다. 회의가 정보를 전달하는 자리로 이용돼서는 안 되며, 건전한 제안과 의미있는 논쟁의 경연장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메일 등을 활용해 회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기업 IQ가 높다는 것은 회사 내에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회사 내에서 얼마나 쉽게 폭넓은 정보 공유가 이뤄지는지, 또 직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궁극적인 목표는 조직 전체로부터 최고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게이츠는 ‘아는 것이 힘이다’란 말에서 ‘힘’은 지식을 보유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데서 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간의 사고력과 협동이 컴퓨터 기술에 의해 의미있게 보조될 때 정적인 데이터가 ‘동적인 정보’로 가치를 발휘한다고 했다.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를 개발해 사무자동화 혁명을 일으킨 게이츠는 인터넷 등 기술 발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통찰 또한 탁월했다. 세상은 그가 20년 전 예견한 대로 흘러왔다. 이 책에서 언급한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격비교 사이트, 인터넷 결제, 인공지능(AI) 비서, 소셜미디어, 맞춤형 광고 등 미래 기술은 대부분 현실화됐다.
4차 산업혁명과 모바일 혁명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에게 “빠른 속도로 대처하지 않으면 몰락한다”는 게이츠의 메시지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우리가 변화에 반발해 변화가 우리를 압도하게 놔둔다면, 우리는 변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변화에 순응하고, 변화를 포용한다면 예기치 못했던 아이디어도 고무적인 생각이 될 수 있다.”
양준영 한국경제신문 뉴스레터 부장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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