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전 연락은 어느 선까지가 적당할까. 무례한 연락에 실망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전혀 오지 않는 연락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30대 직장인 여성 A 씨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
A 씨는 친구의 소개로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결혼 목적은 아니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약간은 기대감이 차 있었다.
주선자를 통해 번호를 전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A 씨의 카톡은 울리지 않았다. 며칠 뒤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날까요?"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A 씨는 약속을 잡은 후 다음 날 "출근 잘했느냐"는 카톡을 보냈다. B 씨는 3시간이 지난 후에야 답을 했다.
A 씨는 "번호 받아 가 놓고 연락도 잘 안 되더라. 언제 만날지 약속만 잡고 중간에 연락도 끊기니 화가 났다"고 털어놨다.
약속 전날 B 씨가 문자를 보내왔다.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A 씨는 "미안하지만 일이 생겨 못 볼 것 같다"고 소개팅을 완곡히 거절했다.
B 씨는 "그럼 언제 시간이 괜찮으시냐"고 물었고 A 씨는 "다음에 기회 되면 뵙자"며 선을 그었다.
A 씨가 이렇게 만나기도 전 실망한 까닭은 B 씨의 무성의한 연락 때문이었다. 그는 "나보다 어리다고 자기가 관계의 우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여자 만날 생각이 없는 건지 적극적이지 않아 보였다. 김도 새고 화가 났다"고 고백했다.
주선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남자 쪽에서 상황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연락에 대한 핀트가 맞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이후 A 씨는 소개팅남 B 씨로부터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약속을 한 후 취소하고 싶으면 먼저 약속을 취소하자고 말을 해야 했던 것 아닌가요. 아무리 모르는 사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말을 했어야지, 갑자기 취소하는 건 어떤 경우인가요.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인간관계에 대한 기본 예의도 모르시나요.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시는 게 A 씨 인생에 더 도움 될 거예요."
B 씨는 A 씨와 함께 가기로 한 식당 예약을 취소해야 했고, 소개팅을 위해 일부러 빼놓은 시간도 비게 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A 씨는 분노하며 답장을 보냈다. "그쪽이 제멋대로 연락하는 게 마음에 안 든 거고, 태도 확실히 밝히지 않은 건 예의를 차린 건가요? 미리 취소하지 않은 건 미안한데 그쪽이 남의 인생 운운하며 이러는 것도 참 예의 없는 행동인 것 같네요."
B 씨는 "얼굴도 보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건 별 의미 없다고 생각되어 연락을 안 한 것"이라며 "최대한 배려했는데 이렇게 안 만나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따졌다.
기분이 나쁜 A 씨는 식당 예약금의 절반도 입금해줬다. B 씨는 예약금을 거절하며 "저보다 못한 사람과 더치페이는 하지 않으니 정중히 사양한다"면서 "좋은 친구라 생각했던 C(주선자)도 손절하게 됐다"고 했다.
감정싸움까지 하게 된 A 씨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의견은 달랐다. 압도적으로 A 씨가 잘못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이 소개팅 전에 시답지 않은 카톡을 계속 주고받아야 하나. 시간이 남아도나?",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전화 붙들고 무슨 할 말이 있나", "남자 진짜 괜찮은 사람 같다. 잘 도망쳤다", "남자가 20대라서 A 씨가 자격지심 느낀 듯. 만나기도 전에 연락받고 싶어 했다가 혼자 오해하고 급발진한 듯", "소개팅하기 전에 혼자 연애한 느낌" 등 반응을 보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