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포, 스리, 투, 원, 웰컴!” 지난 14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세인트조지에 있는 70㎡가량의 가게에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9시30분부터 줄을 선 미국인 손님들을 맞이하는 인사였다. 길게 늘어선 인파 위로 걸려 있는 식당 간판엔 영문뿐 아니라 한글로도 ‘컵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가게는 한국식 바비큐 덮밥을 파는 ‘CUPBOP’의 42번째 매장(푸드트럭·경기장 포함)이다.
CUPBOP의 매출은 매년 뛰고 있다. 송 대표가 1만2000달러를 들고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내 작은 푸드트럭에서 컵밥 사업을 시작한 이후 한 해도 예외가 없었다. 2019년엔 매출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돌파했고 지난해엔 1200만달러를 올렸다. 컵밥 인기가 치솟자 송 대표는 유타 인근주인 콜로라도와 아이다호, 네바다로 진출했다. 직원도 350명으로 늘렸다. 창업 7년여 만에 미국 중서부의 대표적인 아시아 식당이 된 것이다.
송 대표는 이날 작은 개업 이벤트를 마련했다. 폐점시간인 오후 9시30분까지 대기 손님들과 춤 대결을 벌이며 청소년 시절부터 다진 춤 실력을 뽐냈다. 그는 1996년 한국에서 열린 한 댄스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비보이 출신이다.
그러다 군대를 전역한 2003년 인생 행로를 틀었다. 친누나가 있던 유타로 단기 유학을 떠난 때다. 처음엔 6개월만 있으려 했지만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더 머물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선 안 된다”며 영어라도 배우자는 생각이었다. 이때 유타 지역에 유난히 많은 푸드트럭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에 없는 한식 푸드트럭을 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마침 한국 TV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노량진 컵밥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성공을 자신했다.
송 대표는 “미국 식당에선 주문 후 20~30분은 기다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패스트푸드가 번성한 곳도 미국”이라며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미국에서도 먹힐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적중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점포별로 셰프를 두지 않았다. 잡채, 불고기, 제육, 치킨 컵밥 등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조리법을 단순화한 덕분이다. 동시에 테이크아웃에 주력하며 손님들의 대기 시간을 줄였다. 메뉴는 철저히 현지 맞춤형으로 바꿨다. 불고기는 미국인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형태로 두껍게 바꾸고, 제육과 잡채는 간을 줄였다. 대신 미국 소스로 매운맛을 개발해 1~10단계로 나눠 손님 요청에 따라 컵밥 위에 얹었다. 한 손으로 들고 먹기 쉽게 컵밥 크기도 24온스짜리로 통일했다. CUPBOP이 유타대학의 농구·미식축구 경기장과 미국프로농구(NBA)팀인 유타재즈 경기장에 입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송 대표는 “올해 미국에서 25개 점을 더 낼 것”이라고 했다. 올해 매출 목표도 2000만달러로 잡았다. 나아가 CUPBOP을 중서부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컵밥을 미국에서 피자 햄버거 핫도그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음식으로 만들겠다”며 “우선 유명 중국 음식 브랜드인 ‘판다익스프레스’부터 잡고 싶다”고 말했다.
세인트조지=김재후 특파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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