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함정우는 8개의 버디를 몰아쳤다. 아침부터 강한 바람이 불면서 출전 선수 대부분이 전날보다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함정우는 달랐다. 무보기 플레이 기록은 아깝게 놓쳤지만 후반 4개 홀에서 내리 버디를 잡으며 매서운 샷 감각을 펼쳤다. 공동 2위 최민철 등 4명을 4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함정우는 2018년 신인상을 받고 이듬해 SK텔레콤 오픈에서 첫승을 달성하며 루키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추가 우승 소식은 없었지만 기회는 많았다. 지난해에만 2라운드 후 선두에 오른 경기가 세 번이다. 작년에 출전한 10개 대회 중 네 번 톱10에 들었고 9개 대회에서 커트 통과했다.
함정우는 2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챔피언조에서 쳤다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다른 선수들은 쉽게 얻지 못하는 기회를 자주 맞이했던 만큼 언젠가 우승도 한 번은 할 거라 생각하며 묵묵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시즌을 마치고 퍼팅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계훈련 중 퍼팅을 집중 공략하며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에게 첫 우승을 안겨준 퍼터도 다시 잡았다. 그는 “그간 퍼터를 다양하게 써 보다가 ‘한 우물만 파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2019년 SK텔레콤 오픈에서 사용한 퍼터를 다시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보다 과감해진 퍼팅 전략도 주효했다. 그는 “그린이 빠른 것 같긴 하지만 너무 안전하게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차피 퍼팅은 50 대 50의 확률인데 기회를 과감하게 살려 우승 경쟁을 해보자는 생각에 강하게 친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했다.
이제 두 번의 라운드가 남은 상태에서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함정우는 “흘러가는 대로 즐기며 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함정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연습장에서 엄청난 장타를 날리는 선수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위축되기도 하지만 ‘내가 제일 낫다’고 생각하며 나에게만 집중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원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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