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A씨는 집안에서 주식투자에 밝은 사람으로 통한다. 조카는 “엄마가 대신 모아서 관리해주던 용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기로 하고 궁리 끝에 조언을 듣기 위해 연락했다”고 했다.
A씨는 당황스러웠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어린 조카가 갑자기 주식투자 방법을 묻자 자신의 투자 경험부터 떠올랐다. 정확히는 무수한 시행착오가 생각났다.
하루 만에 몇 달치 월급을 벌고 우쭐했던 일, 반대로 순식간에 수천만원을 날렸던 일, 친구가 추천하는 종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수했던 일, 주가 고점에서 넋 놓고 있다가 결국 손절매했던 일, 바이오 종목에 투자한 뒤 미친 듯이 요동치는 주가를 보며 가슴 졸였던 일….
‘조카가 나 같은 경험을 해야 할까. 젊은이들이 주식투자하지 않고 재산을 모으기 어려운 시대니 어차피 하긴 해야 할 텐데. 아냐. 주식으로 돈 벌겠다고 시간 낭비하게 해선 안 돼.’
판단이 쉽게 서지 않았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왜 하려는지 물었다. “경제를 알아야 할 것 같고 친구들 중에도 주식 하는 애들이 꽤 있고…”라는 조카의 대답은 결심이 섰음을 웅변했다.
A씨는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원칙을 최대한 강조해서 알려주기로 했다. 조카에게 “네가 어떤 주식을 사면 주가는 반드시 떨어질 거야. 그러니 절대로 놀라지 마라. 네가 샀는데 주가가 오르면 그게 이상한 일이야”라고 했다.
주식으로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기대를 품지 않게, 주식 사놓고 자꾸 들여다보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 조카는 “그럴 거면 왜 투자해요?”라고 물었다. A씨는 “주가가 단기에 어떻게 될지를 맞히려고 해선 안 돼. 적어도 내년 말을 보고 투자하는 거야. 그러니까 단기엔 오르락내리락하더라도 결국엔 오를 종목을 사야 해”라고 답했다.
조카는 그런 종목이 뭐냐고 물었다. A씨는 “네가 생각하는 종목은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조카는 “삼성전자가 안전할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삼성전자에 장기투자하는 건 좋은 선택인 것 같다. 그런데 ‘안전한’ 주식은 없어. 모든 주식은 언제든지 원금을 날릴 수 있는 위험이 있어. 다만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는 그런 위험이 덜할 것으로 여기는 거야”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분산투자’를 강조하고 싶었다. 삼성전자 외에 어떤 종목을 추천할까 고민하다 SKC를 선택했다. 조카에게 거리에서 전기차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앞으로 전기차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라고, 그 배터리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소재 중 동박을 SKC가 생산한다고, 전기차가 많아질수록 동박을 만드는 SKC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고 주가는 그런 실적을 반영해서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카에게 삼성전자와 SKC를 ‘분할 매수’하라고 했다. 주식을 산 뒤엔 주가가 떨어져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 주식을 매도하라고 ‘협박’하더라도 절대로 팔지 말라고 했다. 주식은 수익이 났을 때만 파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A씨는 이달 초 조카와 한 시간 남짓 통화하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그 후 LG와 SK의 배터리 소송 합의 소식이 전해졌고 SKC가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뛰었다.
A씨는 혹시라도 조카가 ‘주식으로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여길까 걱정이다. 자신처럼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될지도 걱정스럽다.
자신이 알려준 몇 가지 원칙을 지키기가 참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조카에게 강조한 원칙은 자신도 매번 되새겨야 하는 것이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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