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은 전셋값을 안정시켜 세입자 고통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취지는 나무랄 데 없지만 현실로 나타난 결과는 정반대다. 이는 숫자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작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 직전 3만8873건에 달했던 서울의 전세 매물이 9~10월엔 8000건대까지 급감했다. 최근엔 2만3000여 건으로 좀 늘었지만 여전히 종전보다 1만 건 이상 감소한 상태다. 물량이 줄면서 전셋값은 더 뛰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작년 7월 4억9922만원이던 것이 올 3월엔 6억562만원으로 1억원 넘게 올랐다.
이 같은 부작용은 임대차보호법 통과 전부터 예견됐다. 계약 갱신 때 전셋값을 5% 넘게 올려받을 수 없게 되자, 법 시행 전 한 번에 크게 올리는 집주인이 생겼다. 정권 실세인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법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법 통과 직전 임대료를 각각 14%, 9% 올렸으니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집주인이 2년 실거주해야만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는 등 다른 규제가 겹쳐 전세 물량이 급감했다. 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속출했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빈번해졌다. 정부·여당이 이렇게 서민의 주거 고통이 커질 것을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양심이 없는 것이다.
전·월세 신고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임대차시장이 투명해져 세입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그런 효과보다 임대차 관련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을 더 주목한다. 정부는 과세와는 무관하다고 부인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임대 물량이 더 잠기고, 집주인의 세 부담 증가는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고통은 정부가 보호해 주겠다는 주거 약자의 몫이다. 규제의 역설이다. ‘임대차 2법’으로 작년 하반기 극심했던 혼란이 올 들어 좀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전·월세 신고제로 또 한 번 시장이 요동칠까 봐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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