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중국)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보호해야한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점점 공격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텍사스주)과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주)이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에게 편지를 써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 제재'를 권고했다. 두 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매파'로 분류되는 대(對) 중국 강경론자들이다.
세계 1위 EDA 업체가 미국 시놉시스(Synopsis)고 2위가 케이던스(Cadence), 3위는 독일 지멘스의 자회사 멘토(Mentor)다. 이 세 업체가 삼성전자, TSMC, 퀄컴 등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에 EDA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20년 시놉시스의 매출은 약 4조원이다. 케이던스는 약 3조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9일 미국 상무부가 "민간기업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군 산하 기업"이라며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팹리스 파이시움(Phytium)도 케이던스의 EDA를 활용해 중국군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반도체 칩을 설계했다.
EDA가 없으면 반도체 설계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제조도 할 수 없다. 매콜 의원과 코튼 의원의 주장은 사실상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14nm 이하 첨단 반도체를 못 만들게 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EDA 수출 금지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옭아매는 공산주의자들의 밧줄을 끊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14nm 이하 반도체 설계·제작이 가능하거나, 개발을 시도 중인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파운드리(반도체 생산)기업 SMIC와 칭화유니그룹 산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인 유니SOC, D램 개발·생산업체 CXMT(창신메모리) 등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반도체산업을 경계하고 주저 앉히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삼성전자, TSMC, GM, 포드, 알파벳, AT&T 등 19개 기업 CEO들을 앞에 두고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에게서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며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는 서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피터 버닝크 ASML 대표(CEO)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네덜란드 반도체산업 관련 행사에 참석해 "수출 통제는 경제적 위험을 관리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이어 "수출 통제로 중국이 자체 반도체 장비와 기술을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결국 중국이 아닌 해외 기업들이 가장 큰 반도체 시장(중국)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결국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줘 많은 일자리와 수익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닝크 대표는 미국 상무부의 추정치를 인용하며 미국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산업 수출입이 중단되면 미국은 12만5000개의 일자리와 800억~1000억달러 수준의 매출을 잃게될 것"이라 주장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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