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SSG랜더스 돔 구장 건설계획이 민간기업의 체육시설 소유를 제한한 규제에 가로막힌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대부분 프로야구단이 야구장을 소유하고 있다. 야구장을 직접 보유해 임대료를 줄여야 야구단을 흑자운영 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 도쿄돔은 도쿄증시 상장사로 경영권이 거래되기도 한다.
일본에는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양대 리그에 각각 6개팀씩, 총 12개의 프로야구팀이 있다. 이 중 소프트뱅크 호크스, 오릭스 버팔로스, 세이부 라이온스, 한신 타이거스, 주니치 드래곤스, DeNA 베이스타스 등 6개 구단이 직접, 혹은 모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홈구장을 소유하고 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니혼햄 파이터스도 올해와 2023년부터 홈구장 소유주가 된다.
롯데 마린스, 라쿠텐 이글스, 히로시마 카프 등 3개 구단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관리권을 인정받고 있다. 자유롭게 야구장을 개보수할 수 있고, 경기장 내 광고판과 매점 운영 수익을 구단이 갖는다. 메이지신사 소유의 메이지진구구장을 임대하는 야쿠르트 스왈로스를 제외하면 11개 구단이 구장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권을 갖고 있다.
12개 팀 중 절반인 6개 팀이 돔구장을 사용한다. 비가 많고 태풍이 잦은 일본의 기후 때문이다. 니혼햄의 신축 돔구장을 포함하면 6개 돔구장의 소유권을 모두 야구단이 갖고 있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돔구장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야구장 이외에 콘서트 장 등으로 활용된다.
음향시설을 최고 수준으로 갖추고, 3만명 이상의 청중을 수용할 수 있는 돔구장은 최적의 공연장으로 평가받는다. 6개 돔을 모두 순회하는 공연은 일본에서 청중 동원력이 '톱' 수준인 뮤지션들만 누릴 수 있는 영예로 꼽힌다.
도쿄돔은 야구장 뿐 아니라 유원지, 쇼핑몰, 호텔 등이 모여있는 복합 레저·상업 시설이다.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어 자산가치만 2000억엔(약 2조536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도쿄돔시티는 1949년부터 도쿄증시 1부시장에 상장돼 있다. 코로나19로 야구경기와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 탓에 적자를 낸 지난해 전까지 9년 연속 흑자를 이어온 우량기업이다.
지난 1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요미우리신문그룹은 일본 부동산 대기업 미쓰이부동산과 공동으로 도쿄돔씨티 지분 100%를 1200억엔에 인수했다. 올 시즌부터 구장을 소유한 야구팀이 또 한 곳 늘어나는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계에서는 야구팀이 홈구장을 소유하는 것이 대세다. 오릭스는 2006년 교세라돔오사카를 90억엔, 소프트뱅크는 2012년 후쿠오카의 야후페이페이돔을 870억엔에 인수했다. DeNA는 2016년 홈구장인 요코하마스타디엄 운영회사를 74억엔에 사들였다.
우리나라 프로야구팀이 만성적자인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 등 일부 인기 구단을 제외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장과 주변 시설을 복합 레저시설로 꾸미고 가족 단위의 관중을 끌어들여 흑자를 모색하는 구단이 늘고 있다.
흑자 운영의 최대 장애물이 구장 임대료다. 2016년 연간 관중 200만명을 돌파한 니혼햄 파이터스의 연간 수익은 120억엔으로 일본 프로팀 평균보다 20억엔 많다. 그런데도 적자에 신음한 건 구장 임대료 및 관련 비용으로만 매년 26억5000만엔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구장 임대료를 줄일 수 있으면 선수단 연봉(2016년 27억엔)을 충당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니혼햄은 2018년 600억엔을 들여 3만5000석 규모의 최신식 돔구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홈구장의 삿포로돔 소유주인 삿포로 시가 수차례에 걸친 임대료 인하 요청을 거부하자 홈구장을 직접 지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니혼햄은 2023년부터 일본 프로야구팀 가운데 8번째로 구장을 소유한 구단이 된다.
니혼햄과 갈등을 빚은 삿포로시와 달리 야구장을 소유한 다른 지자체들은 홈팀에 운영·관리권을 주고 '윈윈'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라쿠텐은 2005년 연고팀이 없던 도후쿠지역의 센다이를 본거지로 정했다. 미야기현 소유의 미야기구장을 70억엔에 들여 개수하는 대신 구장 개보수 등이 자유로운 관리허가권을 얻었다.
라쿠텐은 세계 최초로 야구장에 관람차를 설치하고 회전목마와 모래사장을 만들어 야구장을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변신시켰다. 덕분에 라쿠텐은 관객이 가장 빨리 늘어난 일본 프로야구팀이 됐다.
롯데 마린스와 히로시마 카프도 각각 지바시와 히로시마시가 보유한 구단의 시설관리자로 지정돼 독자적인 서비스를 펼칠 수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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