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서초구 방배동 일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지역 대표 재건축 단지인 방배5구역은 최근 철거를 마치고 오는 7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방배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방배 그랑자이’(758가구)도 같은달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노후 주택이 밀집해 있는 방배동은 그동안 강남 중심부보다 저평가돼왔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강남 중심부와 바로 통하는 서리풀터널이 2019년 4월 개통된 데다 장기간 표류하던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 개발도 가시화하고 있다. 집값이 탄력을 받으면서 현재 ‘대장 아파트’로 손꼽히는 ‘서리풀 e편한세상’ 몸값(전용 84㎡ 기준)은 올 들어 1억원 넘게 뛰었다.
2018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이주가 이뤄지고 있는 방배13구역(방배동 541의 2) 역시 전용 84㎡ 입주권 가격이 18억원을 웃돌고 있다. 단지는 총 2296가구 규모다. 단지명은 ‘방배 포레스트 자이’로 정해졌다. 방배5·13구역보다 규모가 작은 방배6·14구역도 관리처분 인가를 얻어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 단계다. 방배삼익아파트와 서초중앙하이츠는 관리처분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방배동은 옛 정보사 부지를 지하로 관통하는 서리풀터널 개통으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을 비롯한 강남 중심부로 이동하기 쉬워졌다. 종전에는 방배5구역 앞 7호선 내방역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2호선 서초역까지 차로 우회해 25분가량 걸렸다. 하지만 터널이 완공된 뒤 이동 시간이 7분 남짓으로 단축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터널 개통으로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방배동이 명실상부한 ‘강남 생활권’으로 편입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옛 정보사 부지 개발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대법원 및 대검찰청과 맞닿아 있는 이 지역 세부 개발계획안을 통과시켰다. 한강~서리풀공원~우면산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정보사 부지는 법조타운과 국립중앙도서관·예술의전당 등 서울의 대표 문화시설을 인근에 끼고 있다. 이 땅에는 주거시설은 짓지 않는 대신 바이오·금융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과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있는 오피스 타운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오피스 타운을 통해 일자리 3만여 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사 부지 개발을 맡은 부동산 개발업체 엠디엠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를 국내에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일부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서리풀터널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방배동 상권 수요가 강남역 등 강남 중심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배동 재건축 사업이 속속 완료되면 이 일대 교통 혼잡도가 심해져 서리풀터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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