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암흑기’를 거친 서울 정비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우호적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취임하면서다. 개발 기대로 압구정동에서 초대형 주택형 매매가격이 3.3㎡당 1억원을 찍고 있다. 여의도의 준공 50년 넘은 노후 아파트도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옛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대상이었던 한강변의 노후 주거지가 직접적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강변을 답답하게 막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허물고 초고층 슬림형 아파트를 지어 도시 경관을 바꾸는 것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을 비롯해 여의도 압구정 합정 이촌 등 한강변 일대 재건축 땅의 25% 이상을 기부채납(공공기여)할 경우 ‘최고 50층’ 건립을 허용했다. 하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 후 주거용 건물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는 ‘35층 룰’을 도입하면서 대부분 추진 동력을 잃었다.
35층 규제 폐지와 용적률 규제 완화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대표적 수혜 예상 단지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한강변을 끼고 있는 성수1, 2가 내 총 53만399㎡ 규모로 총 4개 지구, 8247가구가 계획돼 있다. 이미 50층으로 정비계획이 수립돼 있어 오 시장이 강변북로 지하화 문제를 해결해주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재건축 대장으로 꼽히는 압구정 일대 정비사업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 6개 구역으로 구성된 압구정 재건축은 조합원 2년 의무거주 규제를 피하기 위해 최근 앞다퉈 조합 설립이 이뤄졌다. 여기에 오 시장이 후보 시절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 필요성과 함께 압구정을 거론하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압구정 현대7차 전용 245㎡(공급면적 80평)는 지난 5일 80억원에 거래되며 일대 신고가를 새로 썼다. 초대형 주택형에서 3.3㎡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기대가 가장 큰 곳은 여의도 시범이다. 준공 50년을 넘긴 이 아파트(1971년 입주)는 2017년 5월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시에서 정비계획변경 요청을 받아주지 않아 사업이 멈춰 있다.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는 기대로 이 아파트 전용 156㎡는 지난달 말 한 달 전보다 2억원 오른 29억8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썼다.
재건축의 첫 번째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초기 재건축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와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신규 진입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공공주도 개발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민간활성화를 추진하면 시장이 양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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